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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건 · 최신순

김 오르는 웅덩이에 어깨를 담그면
들판 한가운데 김 오르는 웅덩이를 보며, 어깨를 물에 맡기는 삼 분을 떠올린다.
배진경 · 2026. 07. 11

흰 잔에 물이 떨어지는 동안
창가 흰 찻잔 위로 김이 오르는 몇 초 동안, 어깨가 조금 내려간다는 이야기.
배진경 · 2026. 07. 09

흰 헤드폰을 쓰고 소파에 기대어
헤드폰을 쓴 채 소파에 몸을 맡긴 사진 한 장에서, 눈 감고 소리를 세는 짧은 쉼을 꺼내본다.
배진경 · 2026. 07. 08

물가에 놓인 나무 벤치 하나
잔물결이 이는 호수를 향해 비어 있는 벤치가, 잠시 멈춰도 된다고 말해 준다.
배진경 · 2026. 07. 06

모래를 적시는 얕은 파도
얕은 파도가 모래를 적셨다 물러나는 동안, 호흡도 같은 박자를 따라간다.
배진경 · 2026. 07. 03

그물 해먹에 눈을 감다
성긴 매듭 사이로 햇빛이 빠져나가는 오후, 잠들지 않아도 되는 열다섯 분의 눈 감기에 대하여.
배진경 · 2026. 06. 22

밀가루 덮인 철판 위 반죽 넷
화덕의 붉은 빛과 밀가루 냄새가 번지는 부엌에서 호흡이 한 박자 늘어지는 시간.
배진경 · 2026. 06. 21

파란 전정가위가 잎 끝에 닿을 때
잎사귀 사이로 든 여름 볕과 가위 날 하나, 손이 천천히 고르는 시간에 관하여.
배진경 · 2026. 06. 19

빈 벤치 둘과 낮은 해
구름을 통과한 겨울 해가 빈 벤치 두 개를 물들이는 저녁, 몸이 볕 쪽으로 기울어지는 시간에 관하여.
배진경 · 2026. 06. 18

눈 얇게 덮인 나무 사이 길
얇게 덮인 눈길에서 발밑으로 올라오는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보는 겨울 아침.
배진경 · 2026. 06. 15

가슴과 배에 얹은 두 손
체크무늬 셔츠 위에 두 손을 얹고 앉은 사람에게서 배우는, 길게 내쉬는 저녁의 호흡.
배진경 · 2026. 06. 11

안개 낀 흙길 위 전나무
안개에 잠긴 숲길 사진 한 장이 잠시 걸음을 늦추게 하는 이유를 따라간다.
배진경 · 2026. 06. 10

잉크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손
유리 탁자 위 회색 카드에 첫 획을 얹는 손을 보며, 부치지 않을 한 줄을 떠올린다.
배진경 · 2026. 06. 05

새벽 수영장의 레인 로프
아무도 지나지 않은 새벽 물결 위에서, 숨 하나를 길게 늘여 보는 짧은 연습.
배진경 · 2026. 06. 03

창가 벤치에 놓인 줄무늬 쿠션
나무 블라인드와 창 사이, 낡은 벤치 하나로 오후가 느려지는 서재 구석의 시간.
배진경 · 2026. 05. 31

창턱까지 밀려온 아침 이불
산등성이가 보이는 창 아래 헝클어진 흰 이불, 그 안에서 하루를 조금 늦게 시작하는 법.
배진경 · 2026. 05. 30

이끼 낀 큰 가지 아래에서
오래된 나무의 그늘 아래 서서 어깨를 내리고 한 바퀴 천천히 걸어 보는 늦봄의 한낮.
배진경 · 2026. 05. 23

창틀 너머 풀숲이 지나간다
기차 창에 담긴 초록을 눈으로 좇지 않고 흘려보낼 때 숨이 한 뼘 길어진다.
배진경 · 2026. 05. 21

가로등 세 개가 켜진 산책로
어둑해진 공원 산책로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고, 두 사람의 걸음이 천천히 멀어진다.
배진경 · 2026. 05. 12

촛농이 흘러내리는 저녁
어두운 방에 켜둔 초 한 자루, 그 작은 흔들림을 눈으로 따라가는 동안 호흡이 조금 느려진다.
배진경 · 2026. 05. 07

두 손에 담긴 흙 한 줌
텃밭 화분 위로 내민 두 손에 담긴 젖은 흙, 그 부슬거림이 굳은 손끝을 풀어놓는다.
배진경 · 2026. 04. 30

나무 마루에 늘어진 앞발
창가 마루에 몸을 늘어뜨린 회색 고양이의 낮잠에서 빌려오는 짧은 휴식 한 조각.
배진경 · 2026. 04. 25

가슴과 배에 얹은 두 손
한 손은 가슴에, 한 손은 배에 얹고 오후 볕 아래에서 숨의 길이를 다시 재어 본다.
배진경 · 2026. 04. 24

주황 커튼이 열린 아침 창
커튼 사이로 들어온 흰 빛 하나면 아침의 몸을 다시 데우기에 충분하다.
배진경 · 2026. 04.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