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창턱까지 밀려온 아침 이불

배진경·입력 2026. 05. 30. 오후 6:29:00
흐린 빛과 헝클어진 침구 사이에서 눈이 천천히 떠질 때
서둘러 개지 않아도 되는 이불
서둘러 개지 않아도 되는 이불 / 사진 Diana ✨ · Pexels

천장이 낮게 기운 방, 창밖으로 흐린 하늘과 푸르스름한 산등성이가 걸려 있다. 커튼은 반쯤 젖혀진 채 힘없이 늘어졌고, 유리 너머 마른 나뭇가지에 붙은 연분홍이 흔들린다. 침대 위 흰 이불은 누군가 방금 빠져나온 모양 그대로 헝클어져 있고, 빛은 눈부시지 않게 방 안으로 퍼진다.

이런 장면을 보면 어깨가 저절로 내려간다. 밤새 데워진 이불 속에 발끝이 잠겨 있고, 숨은 얕게 오르내리다 한 박자 길어진다. 눈의 초점은 창틀 어디쯤에서 풀린 채로 머문다.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마음만 밖으로 달려 나가는 아침이 있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이불보다 빨리 일어나 방문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그럴 때는 그냥 누운 채로 팔을 머리 위로 뻗어 보자. 발끝은 반대쪽으로 밀고, 갈비뼈가 벌어지는 만큼만 숨을 들이고, 힘을 풀면서 길게 내쉰다. 한 번이면 충분하고, 두 번이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같은 뻗음은 마른 빨래를 걷어 접는 저녁에도 들어선다. 수건 모서리를 맞추다 말고 팔을 위로 올려 보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손가락에 얼마나 힘이 들어가 있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엄지와 검지가 여태 무언가를 붙들고 있는지, 아니면 펴진 채 늘어져 있는지. 접다 만 옷가지는 그대로 두어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불은 개지 않아도 거기 그대로 있고, 산은 흐린 채로 창에 걸려 있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