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나무 마루에 늘어진 앞발

배진경·입력 2026. 04. 25. 오후 5:37:00
볕이 드는 오후, 고양이가 몸을 푸는 방식
잠든 몸은 애쓰는 법을 잊는다
잠든 몸은 애쓰는 법을 잊는다 / 사진 Cats Coming · Pexels

노란 나무 마루 위로 오후 볕이 비스듬히 들어온다. 회색 줄무늬 고양이가 옆으로 누워 뺨을 바닥에 붙였고, 앞발 하나는 마루 끝까지 길게 뻗어 발바닥의 젤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감긴 눈꺼풀 위로 빛이 얇게 걸리고, 수염 끝이 공기 중에 미세하게 떠 있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깨가 슬쩍 내려간다. 턱에 들어가 있던 힘이 풀리고, 들이마신 숨이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머물다 나간다. 화면을 향하던 눈의 초점도 느슨해져 나무결의 노란빛 언저리에서 흐려진다.

고양이는 잠들 때 무엇을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잘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쉬는 일을 방해할 때가 있고, 마루 위의 저 몸은 그 생각을 통째로 놓아버린 상태에 가깝다.

지금 있는 곳에서 옆으로 조금 기대어, 무릎을 배 쪽으로 살짝 당기고 등을 둥글게 말아 보자. 팔 하나쯤은 저 앞발처럼 아무렇게나 늘어뜨려 두면 어떨까. 삼 분이면 충분하다.

같은 삼 분은 저녁 설거지 앞에서도 열린다. 그릇을 헹구며 서 있는 동안, 배가 앞쪽으로 부풀었다가 다시 꺼지는 움직임이 손목의 리듬과 따로 논다는 것만 눈여겨보면 된다. 볕이 옮겨 간 마루처럼 부엌 창도 어느새 어둡다. 배가 몇 번 오르내렸는지 세지 않고, 물소리 사이에서 그 오르내림이 얕은지 깊은지 알아차리는 정도로 두어도 좋겠다.

볕은 곧 옮겨 가고, 고양이는 아마 그때까지도 깨지 않을 것이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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