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촛불 곁에 놓인 첫 숟갈

배진경·입력 2026. 04. 15. 오후 8:20:00
어두운 식탁 위에서 저녁이 천천히 데워지는 시간
그릇이 식기 전까지의 짧은 저녁
그릇이 식기 전까지의 짧은 저녁 / 사진 Kha Ruxury · Pexels

불빛이 낮다. 유리컵 안의 주황색이 촛불처럼 흔들리고, 나무 상판은 그 빛을 받아 기름을 먹은 듯 부드럽게 번들거린다. 짙은 남색 그릇 하나, 그 옆에 가지런히 누운 놋숟가락과 젓가락. 배경은 거의 검고, 사람의 형체는 초점 밖에서 뭉근하게 풀려 있다.

이런 장면을 오래 보고 있으면 어깨가 조금씩 내려온다. 눈의 초점이 멀리 가지 않고 그릇 테두리 안쪽에 머무르는 동안, 들숨이 짧아지는 대신 날숨이 길어진다. 손끝은 온기가 채 빠지지 않은 그릇을 기억하고 있다.

하루의 끝에서 우리는 종종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처리한다. 씹기도 전에 다음 숟가락을 뜨고, 맛이 도착하기 전에 접시가 비어 있다.

오늘 저녁에는 첫 숟갈만 유난히 느리게 떠 보면 어떨까. 입에 넣고 세 번쯤 더 씹은 뒤, 삼키기 전에 숨을 한 번 내쉬어 본다. 그 한 번으로 나머지 식사의 리듬이 조금 달라지기도 한다.

같은 느림은 불을 끄고 이불 속에 들어간 뒤에도 옮겨 놓을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날숨을 하나 길게 흘려보내는 동안 턱에 걸린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만히 살펴본다. 어금니가 서로 닿아 있는지, 아래턱이 조금 들려 있는지. 풀리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려 애쓰기보다 그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아두는 편으로 충분하다.

촛불은 여전히 흔들리고, 그릇에는 온기가 남아 있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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