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린 하늘 아래 초원 한가운데 물웅덩이가 파여 있다. 물빛은 흐린 우윳빛이고, 가장자리 흙은 젖어 검다. 김이 낮게 피어올라 풀밭을 가로지르다 멀리 자작나무 숲 앞에서 흩어진다. 마른 억새와 젖은 이끼가 같은 들판에 섞여 있는, 해가 구름 뒤에 있는 시간이다.
이런 장면을 보면 몸이 조금 앞으로 기운다. 김이 얼굴에 닿는 상상만으로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들이쉬는 숨이 길어진다. 발바닥이 젖은 땅을 딛는 감각을 미리 떠올리는 동안, 굳어 있던 목덜미가 저 혼자 한 번 풀린다.
하루를 버티는 동안 어깨는 계속 올라가 있다. 올라가 있다는 것조차 모를 만큼 오래 올라가 있었다.
오늘 밤 욕조나 세면대에 물을 받아 뜨거운 수건 하나를 목뒤에 얹어 보는 것도 괜찮다. 삼 분이면 충분하다. 어깨를 힘으로 내리려 하지 말고, 물의 온도에 맡겨 두면 어떨까.
김은 소리 없이 올라가고, 들판은 그걸 다 받아 준다.
리커버리 기자 · Breath.Soci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