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김이 오르는 웅덩이 곁에서

배진경·입력 2026. 04. 01. 오후 7:20:00
뜨거운 물에 어깨를 맡기는 저녁의 감각
뜨거움은 서두르지 않고 번진다
뜨거움은 서두르지 않고 번진다 / 사진 Jamaal Hutchinson · Pexels

흐린 하늘 아래 초원 한가운데 물웅덩이가 파여 있다. 물빛은 흐린 우윳빛이고, 가장자리 흙은 젖어 검다. 김이 낮게 피어올라 풀밭을 가로지르다 멀리 자작나무 숲 앞에서 흩어진다. 마른 억새와 젖은 이끼가 같은 들판에 섞여 있는, 해가 구름 뒤에 있는 시간이다.

이런 장면을 보면 몸이 조금 앞으로 기운다. 김이 얼굴에 닿는 상상만으로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들이쉬는 숨이 길어진다. 발바닥이 젖은 땅을 딛는 감각을 미리 떠올리는 동안, 굳어 있던 목덜미가 저 혼자 한 번 풀린다.

하루를 버티는 동안 어깨는 계속 올라가 있다. 올라가 있다는 것조차 모를 만큼 오래 올라가 있었다.

오늘 밤 욕조나 세면대에 물을 받아 뜨거운 수건 하나를 목뒤에 얹어 봐도 좋다. 삼 분이면 충분하다. 어깨를 힘으로 내리려 하지 말고, 물의 온도에 맡겨 두면 어떨까.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복도에서도 비슷한 것을 해 볼 수 있다. 창밖이 흐리면 멀리 흩어진 김처럼 뿌연 하늘 어딘가에 시선을 던져 두고, 걸음 몇 번만큼 그대로 둔다. 그동안 눈의 초점이 어디에 걸려 있는지 살펴본다. 화면을 보던 거리에 그대로 묶여 있는지, 아니면 조금씩 풀려 먼 데로 옮겨 가는지. 알아차리는 데까지가 전부다.

김은 소리 없이 올라가고, 들판은 그걸 다 받아 준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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