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안식

창밖 능선과 흐트러진 이불
이불이 접힌 그대로 남은 다락방에서, 몸을 일으키기 전 한 번의 기지개를 떠올린다.
배진경 · 2026. 09. 01

빈 벤치 둘과 겨울 볕
잎을 떨군 나무 사이로 해가 걸린 저녁, 볕이 닿는 창가에 오 분 서서 손등이 데워지는 순서를 지켜보는 짧은 쉼.
배진경 · 2026. 08. 20

빈 해먹, 눈꺼풀 십오 분
초록 차광막을 등지고 걸린 그물 해먹처럼, 잠들지 않고도 하루 한 번 눈꺼풀을 덮어두는 십오 분에 대하여.
배진경 · 2026. 08. 19

흔들리는 불꽃을 삼 분 동안
불꽃이 흔들릴 때 눈의 초점과 턱의 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두운 방에서 삼 분 동안 지켜보는 짧은 연습.
배진경 · 2026. 07. 30

커튼 두 폭이 열어 놓은 창
창을 손가락 두 마디만큼 열고 세 번 숨을 세는 동안, 어깨와 턱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가만히 지켜보는 아침.
배진경 · 2026. 07. 18

촛불 옆 작은 사발과 나무젓가락
촛불 하나가 겨우 밝히는 저녁 식탁에서, 첫 숟갈을 늦추는 짧은 시간에 대하여.
배진경 · 2026. 07. 14

김 오르는 웅덩이에 어깨를 담그면
들판 한가운데 김 오르는 웅덩이를 보며, 어깨를 물에 맡기는 삼 분을 떠올린다.
배진경 · 2026. 07. 11

흰 잔에 물이 떨어지는 동안
창가 흰 찻잔 위로 김이 오르는 몇 초 동안, 어깨가 조금 내려간다는 이야기.
배진경 · 2026. 07. 09

물가에 놓인 나무 벤치 하나
잔물결이 이는 호수를 향해 비어 있는 벤치가, 잠시 멈춰도 된다고 말해 준다.
배진경 · 2026. 07. 06

그물 해먹에 눈을 감다
성긴 매듭 사이로 햇빛이 빠져나가는 오후, 잠들지 않아도 되는 열다섯 분의 눈 감기에 대하여.
배진경 · 2026. 06. 22

빈 벤치 둘과 낮은 해
구름을 통과한 겨울 해가 빈 벤치 두 개를 물들이는 저녁, 몸이 볕 쪽으로 기울어지는 시간에 관하여.
배진경 · 2026. 06. 18

창턱까지 밀려온 아침 이불
산등성이가 보이는 창 아래 헝클어진 흰 이불, 그 안에서 하루를 조금 늦게 시작하는 법.
배진경 · 2026. 05. 30

창틀 너머 풀숲이 지나간다
기차 창에 담긴 초록을 눈으로 좇지 않고 흘려보낼 때 숨이 한 뼘 길어진다.
배진경 · 2026. 05. 21

촛농이 흘러내리는 저녁
어두운 방에 켜둔 초 한 자루, 그 작은 흔들림을 눈으로 따라가는 동안 호흡이 조금 느려진다.
배진경 · 2026. 05. 07

나무 마루에 늘어진 앞발
창가 마루에 몸을 늘어뜨린 회색 고양이의 낮잠에서 빌려오는 짧은 휴식 한 조각.
배진경 · 2026. 04. 25

주황 커튼이 열린 아침 창
커튼 사이로 들어온 흰 빛 하나면 아침의 몸을 다시 데우기에 충분하다.
배진경 · 2026. 04. 22

벤치 두 개와 낮은 겨울 해
빈 벤치 위로 마지막 볕이 내려앉는 장면을 보며, 손끝부터 데워지는 순간을 적었다.
배진경 · 2026. 04. 20

촛불 곁에 놓인 첫 숟갈
흐린 등불 아래 놓인 작은 그릇과 숟가락 하나가 저녁이 흐르는 빠르기를 다시 정한다.
배진경 · 2026. 04. 15

김이 오르는 웅덩이 곁에서
들판의 온천 웅덩이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보며, 어깨를 물에 맡기는 짧은 시간을 떠올린다.
배진경 · 2026. 04. 01

흔들리는 촛불 세 자루
낡은 벽 아래 놓인 초 세 자루의 불꽃이 흔들리는 동안, 방 안의 시간은 조금 느려진다.
배진경 · 2026. 03. 19

물가에 놓인 나무 벤치 하나
안개 걷히는 호숫가의 빈 벤치를 바라보며 잠시 숨을 늦춰 보는 이른 아침의 짧은 기록.
배진경 · 2026. 03. 05

안개가 나무를 지운 아침
옥수숫대 밭 위로 안개가 깔린 아침, 초점을 놓아 버리자 어깨와 턱이 함께 느슨해졌다.
배진경 · 2026. 03. 04

첫 숟갈을 늦추는 저녁
그릇 하나만 겨우 밝히는 저녁 불빛 아래, 첫 숟갈을 조금 늦추는 것으로 하루가 천천히 닫힌다.
배진경 · 2026. 02. 24

흐트러진 이불과 창밖 능선
흐린 하늘이 걸린 창가에서, 일어서기 전 누운 채로 팔을 길게 뻗어 보는 짧은 한 동작에 관하여.
배진경 · 2026. 02. 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