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구운 감자 위의 쪽파 몇 줌

배진경·입력 2026. 09. 18. 오전 7:00:00
접시 하나로 저녁을 여는 짧은 연습
저녁은 접시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다
저녁은 접시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다 / 사진 Majkel Berger · Pexels

어두운 나무 식탁 위에서 흰 접시 하나가 둥글게 빛을 받는다. 감자는 반으로 갈려 여덟 조각쯤, 껍질 쪽에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았고 잘린 면은 버터색으로 부드럽다. 잘게 썬 쪽파가 초록 점처럼 흩뿌려져 있고, 한 조각은 접시 가장자리의 빈 흰 면으로 굴러 떨어졌다.

뒤쪽 유리잔은 초점이 흐려진 채 호박빛으로 서 있다. 창이 없는 저녁, 전등 하나가 접시 왼편에서 비스듬히 내려온다.

이런 장면을 볼 때 몸은 저절로 침을 삼킨다. 어깨가 식탁 쪽으로 기울고, 손은 포크 쪽을 더듬고 있다. 숨은 짧아져 코끝에서만 오간다. 하루를 다 쓴 사람의 몸은 저녁을 일처럼 처리하려 든다.

때로는 하루가 끝나기를 서두르는 마음이 허기처럼 올라온다.

접시가 놓이면 손을 무릎에 얹고 감자의 그을린 면을 다섯을 세는 동안 바라봐도 좋겠다. 그다음 첫 조각을 입에 넣고 스무 번쯤 천천히 씹어 본다. 뜨거움과 짠맛과 쪽파의 서늘함이 차례로 오는 동안, 두 번째 조각을 향해 뻗던 손을 잠깐 내려놓는다. 이 삼 분이 저녁의 시작을 만든다.

같은 늦춤을 잠들기 전 물 한 컵에도 옮겨 볼 수 있다. 컵을 들고 첫 모금을 삼키면서 턱에 들어간 힘을 살펴본다. 어금니를 꽉 다물고 있는지, 혀가 입천장에 붙어 있는지.

무엇이 좋아지는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턱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식탁 모서리의 나뭇결에는 낮의 온기가 조금 남아 있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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