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빈 해먹, 눈꺼풀 십오 분

배진경·입력 2026. 08. 19. 오후 9:55:00
나무 두 그루 사이에 걸린 그물이 낮잠을 대신 앉혀둔다
비워둔 그물이 오후를 견딘다
비워둔 그물이 오후를 견딘다 / 사진 azra irem Topcu · Pexels

나무 두 그루 사이에 그물 해먹 하나가 걸렸다. 뒤는 초록 차광막이 넓게 막아섰고, 그 초록 위로 회색빛 그물코가 촘촘히 늘어졌다. 해먹을 붙든 밧줄은 볕에 바래 노란 끈이 되었고, 가로대 두 개가 그물의 위와 아래를 팽팽하게 벌린 채 버틴다.

왼쪽 나무껍질은 거칠게 일어나 손톱이 걸릴 것처럼 보인다. 바닥에는 마른 잔디가 얕게 깔렸고,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서 작은 잎 몇 장이 초록으로 솟았다. 한낮이 조금 기울어, 그늘과 볕이 그물 위에 반씩 나뉘어 앉았다.

그물 가운데가 사람 하나의 모양으로 움푹 꺼졌다. 아무도 눕지 않았는데 자국만 남았다. 그 곡선을 눈으로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초점이 저절로 풀리고, 어깨가 한 뼘쯤 내려온다.

발바닥이 바닥을 덜 누른다. 턱에 들어가 있던 힘도 슬며시 빠진다.

낮에 눈을 감는 일에는 이상하게 변명이 붙는다. 게을러 보일까 하는 마음 하나가 몸보다 늦게까지 깨어 있다. 쉬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할 데가 마땅치 않아서, 대개는 그냥 계속 앉아 버틴다.

의자에 등을 붙이고 눈꺼풀을 덮어본다. 잠들지 않아도 된다. 십오 분을 걸어두되 삼 분만 지나도 그만둘 수 있게 해두면, 눈꺼풀이 덜 버틴다.

손은 무릎 위에 그냥 얹어둔다. 어두워지는 시간을 하루에 한 번쯤 비워두어도 좋겠다.

같은 눈 감기를 저녁 설거지 끝으로 옮겨볼 수 있다. 물기를 털어낸 손을 싱크대 가장자리에 얹고 선 채로 눈만 덮는다. 그때 살펴볼 것은 손가락 하나면 넉넉하다.

눈을 감은 동안 손가락 끝이 저절로 오므라드는지 펴지는지, 그 움직임만 조용히 확인한다. 며칠은 아무 변화도 잡히지 않는데,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그대로 둔다.

그물은 오늘도 비었고, 코와 코 사이로 오후의 볕이 조금씩 새어 잔디로 내려간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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