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커튼 두 폭이 열어 놓은 창

배진경·입력 2026. 07. 18. 오후 7:59:00
성근 천을 지나온 아침 빛, 그리고 길어지는 숨 세 번
세 번 세는 동안 커튼이 한 번 부푼다
세 번 세는 동안 커튼이 한 번 부푼다 / 사진 Zişan Özdemir · Pexels

주황빛 커튼 두 폭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좁은 창 하나를 내어놓았다. 성글게 짜인 천이 빛을 반쯤 통과시켜, 방 안쪽 벽까지 옅은 살구색이 번진다. 창밖은 하얗게 날아가 형체가 지워질 만큼 밝다.

오른쪽 위에서는 나무 서까래가 비스듬히 내려오고, 창턱 아래 마룻바닥에는 햇빛 한 조각이 길게 누워 있다. 커튼 아랫단은 빛을 덜 받아 벽돌빛으로 가라앉았다.

이런 창가에 서면 눈의 초점이 저절로 풀린다. 멀리 볼 것이 없어서 그렇다. 어깨가 귀에서 한 뼘쯤 내려오고, 맨발바닥은 마루의 서늘한 결을 하나하나 읽는다.

손은 딱히 할 일을 찾지 못한 채 옆으로 늘어진다. 들이쉬는 숨이 평소보다 길어졌다는 것을 한참 뒤에 알아차린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이 잠깐 몸에 들렀다 간다.

창틀을 밀어 손가락 두 마디만큼 틈을 낸다. 바깥 공기가 실처럼 가늘게 들어오면, 그 결을 따라 세 번 마시고 내보낼 만하다. 세는 동안 커튼 자락이 조금 부풀었다 가라앉는 것을 눈으로 따라가도 좋다.

잘 쉬려고 애쓸 필요는 없고, 셋까지 끝을 흐리지 않고 세기만 하면 된다. 삼 분도 들지 않는 일이다.

같은 세 번은 설거지 중간에도 끼워 넣을 수 있다. 그릇 하나를 헹구고 수도를 잠근 채, 손목에 남은 물기가 식는 동안 숨을 센다. 그때 턱에 들어간 힘을 살펴본다.

어금니가 맞물려 있는지, 혀가 입천장에 눌려 있는지. 무엇이 달라질지는 말하기 어렵고, 달라지는지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커튼은 여전히 주황이고, 빛은 곧 방을 가로질러 반대편 벽으로 옮겨 갈 것이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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