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빙하호 3624개, 위험 목록은 있었다

김범수·입력 2026. 09. 01. 오후 4:00:00
네팔 대홍수가 드러낸 조기경보와 국경 데이터의 공백
네팔 에베레스트 남쪽 임자호(Imja Tsho). 수위를 낮추는 공사까지 했지만 호수는 계속 커지고 있다
네팔 에베레스트 남쪽 임자호(Imja Tsho). 수위를 낮추는 공사까지 했지만 호수는 계속 커지고 있다 / 사진 Daniel Alton Byers · CC BY-SA 3.0

히말라야 고지대에 물웅덩이 3624개가 매달려 있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가 8월 31일 내놓은 집계에서, 이 가운데 47개는 언젠가 제방이 무너져 계곡을 덮칠 수 있는 잠재 위험군으로 분류됐고 호수마다 이름까지 붙어 있었다. 그리고 네팔과 티베트 접경에서 실제로 물이 쏟아졌다. 사망 1003명, 실종 4462명이라는 집계가 9월 1일 오후 나왔다.

물이 처음 닿은 곳은 네팔과 중국 티베트가 맞닿은 국경 검문소였다. 5층 높이의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사라졌다. 산에서 떨어져 나온 빙하가 내려오며 암석을 함께 쓸어 규모를 불린 채 검문소를 때렸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8월 31일 보도 시점까지 참사의 발생 기제는 규명 작업이 진행 중이다.

어떤 호수가 어떻게 터졌는지는 조사가 답할 몫이다. 어느 호수가 위태로운지, 그것을 누가 들여다보고 있었는지는 재난 전부터 문서로 남아 있었다.

임자호는 그 목록의 상징 같은 존재다. 히말라야에서 가장 위험한 초대형 빙하호로 꼽혀 왔고, 수위를 낮추는 공사까지 시행됐다. 그럼에도 호수는 계속 커지고 있다. 한 곳을 붙잡아 두는 사이 빙하가 녹아 만든 새 물웅덩이가 계곡 곳곳에서 늘어난다는 뜻이다.

빙하호 감시의 어려움은 지형에 있다. 물을 가둔 호수는 대개 국경 위쪽에 있고, 물을 맞는 마을은 아래쪽에 있다. 네팔 홍수예보국이 상류 빙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받아 보게 해 달라고 중국 측에 요청한 것은 약 석 달 전이다. 협정을 체결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실무 협의는 확답 없이 끝났다는 것이 네팔 측 설명이다.

이 사안을 두고 원인도 책임도 대응도 한 나라 안에서 정리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상류에서 관측 장비가 무엇을 읽었는지 하류가 알지 못하면, 계곡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은 물이 도착한 뒤에야 생긴다.

파장은 히말라야 국가들에만 그치지 않는다. 방글라데시의 잔나툴 나임 피알 기자는 데일리스타 칼럼을 통해, 히말라야에서 시작된 수계가 자국까지 이어져 있다는 점을 짚었다. 산에서 벌어진 일이 몇 나라를 거쳐 하구까지 도달한다는 인식이 그 글에 담겼다.

희망을 걸 만한 것은 해법이 새로 발명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위험 호수 목록은 작성돼 있고, 수위 저감 공법은 임자호에서 실행된 전례가 있으며, 상류 관측값을 하류로 흘려보내는 기술은 표준화돼 있다. 빠져 있던 것은 그 기술을 국경 너머로 건네기로 하는 합의다. 47개라는 분류와 8곳이라는 다른 집계가 나란히 떠도는 상황 자체가, 위험 평가를 공유된 하나의 기준으로 맞추는 작업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산악·기후 연구기관과 개발협력 사업도 이 영역에 닿아 있다. 히말라야 빙하호 관측 협력과 조기경보 설비 지원이 어떤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예산과 성과가 어디에 공개되는지 확인해 보는 일은 시민 누구나 할 수 있다.

물은 국경 표지를 읽지 않고 흐른다. 검문소는 여권을 확인하려고 세워졌지만, 그날 그곳으로 밀려온 것은 상류에서 터진 빙하호였다. 3624개의 호수는 그대로 있고, 다음 여름은 어김없이 온다.

김범수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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