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한 주 사이 다섯 곳의 지방정부가 올해 청년정책을 확정했다. 부천시는 3월 5일 시청 나눔방에서 첫 청년정책위원회를 열고 5대 전략 67개 사업, 357억4,600만원 규모의 시행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같은 날 서초구는 4대 분야 38개 사업으로 짜인 시행계획을 발표했고, 울산시는 시청 대회의실에서 청년 분야 사업계획을 내놨다. 그보다 앞선 2월 27일에는 과천시가 5대 분야 34개 사업을 의결했다.
계획서를 나란히 놓으면 설계가 닮았다. 일자리, 주거, 교육·금융, 복지·문화, 참여·권리로 분야를 나누고 그 아래 사업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참여 부서도 과천 9개, 서초 11개로 여러 국·과에 걸쳐 있다. 서초구는 2024년 5개년 종합계획을 세운 뒤 해마다 시행계획을 만들어 왔다.
정작 비교는 잘 되지 않는다. 사업을 세는 기준이 지자체마다 달라서다. 부천 67개와 과천 34개를 같은 잣대로 놓기 어렵고, 용인시가 말한 '50여 가지'는 이상일 시장이 인터뷰에서 밝힌 수치다. 울산시는 사업 개수를 세는 방식 자체를 바꿔, 개별 사업을 늘어놓는 대신 생애주기에 맞춘 세대별 패키지 형식을 올해부터 도입했다.
규모를 가늠할 총액이 나온 곳은 부천시 한 곳이다. 나머지 네 곳은 예산 총액이 계획 발표문에 담기지 않았다. 사업 개수만으로는 청년 한 사람에게 얼마가 닿는지 알 수 없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원의 결이 갈린다. 울산시는 중소기업 재직 청년에게 기숙사 월세의 80%를 대고, 청년형 유홈 14개소 664호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구독료 연 최대 10만원, 재직자 슈퍼패스 바우처 최대 50만원, 스포츠+문화패스 연 최대 10만원처럼 금액이 적힌 항목도 함께 내놨다. 서초구의 주거 사업은 LH·SH와 협약한 맞춤형 상담 '청년주거이룸'이다.
사람을 향한 설계도 눈에 띈다. 서초구는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재진입을 돕는 '리커넥트 프로젝트'를 새로 넣었고, 부천시는 신규사업 23개에 영케어러 거버넌스 네트워크와 청년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담았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학교와 일터에서 밀려난 청년, 방에서 나오지 못한 청년이 계획서에 이름을 얻은 이야기다. 과천시는 청년이 예산 쓸 곳을 직접 정하는 '청년 자율예산 사업'을 신규로 편성했다.
청년을 계획 밖에 두지 않으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용인시는 2월 27일 청년 45명에게 홍보기자단 위촉장을 줬고, 과천시는 신규·연임 위원 8명을 청년정책위원회에 위촉했다. 부천시 위원회는 위원 20명 중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계획을 의결했다. 서초구의 구정 참여 인력풀 '청년 팝콘'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았다.
계획은 섰고, 이제 집행이 남았다. 서초구가 예상한 올해 사업 대상 청년은 8천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500명가량 늘었다. 울산시는 3월 9일 여성 분야를 시작으로 일주일 간격 발표를 이어간다. 상담 창구가 계약서로, 바우처가 월세 영수증으로 바뀌는지는 올해 말 결산에서 드러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