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하늘색 전지가위와 잎 한 장
하늘색 전지가위 날 사이에 잎 한 장이 물린 한낮, 손끝의 속력이 먼저 줄어든다.
배진경 · 2026. 09. 08

전나무 사이 흙길을 걷다
안개가 끝을 지운 흙길에서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따지던 마음이 잠시 멈춘다. 오늘은 그늘 아래 스무 걸음.
배진경 · 2026. 09. 04

한쪽으로 누운 억새
한쪽으로 누운 억새와 색 빠진 회색 하늘 사이에서, 지나가는 것을 삼 분만 눈으로 좇아보는 흐린 낮의 기록.
배진경 · 2026. 08. 23

페달을 반만 밟는 저녁
주황빛 강가에서 자전거를 세운 사람처럼, 반 바퀴만 굴리고 나머지는 흘러가게 두는 저녁.
배진경 · 2026. 08. 13

가로등 세 개가 켜진 산책로
어둑해진 공원에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는 시간, 걸음의 보폭을 조금 줄여 걷는 저녁 산책을 이야기한다.
배진경 · 2026. 08. 06

늙은 나무 둘레를 한 바퀴
굵은 줄기 하나에서 갈라져 나간 가지들 아래를 천천히 걸어보는 여름 한낮의 삼 분.
배진경 · 2026. 07. 31

손이 뜨는 동안 머리는 쉰다
뜨개하는 두 손을 담은 사진 한 장에서, 손이 동작을 아는 일이 머리를 어떻게 쉬게 하는지 들여다본다.
배진경 · 2026. 07. 22

빈 레인에서 숨 고르기
사람 없는 새벽 수영장의 레인 로프를 보며 조급해진 숨을 가늘고 길게 흘려보내는 삼 분짜리 연습을 적었다.
배진경 · 2026. 07. 21

밀가루 덮인 철판 위 반죽 넷
화덕의 붉은 빛과 밀가루 냄새가 번지는 부엌에서 호흡이 한 박자 늘어지는 시간.
배진경 · 2026. 06. 21

파란 전정가위가 잎 끝에 닿을 때
잎사귀 사이로 든 여름 볕과 가위 날 하나, 손이 천천히 고르는 시간에 관하여.
배진경 · 2026. 06. 19

안개 낀 흙길 위 전나무
안개에 잠긴 숲길 사진 한 장이 잠시 걸음을 늦추게 하는 이유를 따라간다.
배진경 · 2026. 06. 10

새벽 수영장의 레인 로프
아무도 지나지 않은 새벽 물결 위에서, 숨 하나를 길게 늘여 보는 짧은 연습.
배진경 · 2026. 06. 03

이끼 낀 큰 가지 아래에서
오래된 나무의 그늘 아래 서서 어깨를 내리고 한 바퀴 천천히 걸어 보는 늦봄의 한낮.
배진경 · 2026. 05. 23

가로등 세 개가 켜진 산책로
어둑해진 공원 산책로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고, 두 사람의 걸음이 천천히 멀어진다.
배진경 · 2026. 05. 12

두 손에 담긴 흙 한 줌
텃밭 화분 위로 내민 두 손에 담긴 젖은 흙, 그 부슬거림이 굳은 손끝을 풀어놓는다.
배진경 · 2026. 04. 30

뜨개바늘 끝에서 하루가 풀린다
뜨개바늘을 쥔 손이 저 혼자 움직이는 동안, 머리는 잠시 일을 놓고 쉰다.
배진경 · 2026. 04. 17

밀가루 덮인 반죽 네 덩이
화덕 앞 철판 위에서 부풀기를 기다리는 반죽을 보며 호흡을 늦춰 보는 일요일의 짧은 기록.
배진경 · 2026. 04. 12

안개 낀 숲길을 걷다
안개가 길 끝을 지운 아침, 발밑 한 걸음만 남은 숲길에서 조바심이 잠시 풀린다.
배진경 · 2026. 03. 23

나무 둘레를 한 바퀴
사방으로 뻗은 가지 아래 서면 숨이 저절로 길어지고, 서두르던 마음이 갈 곳을 잃는다.
배진경 · 2026. 03. 21

세 번째 칸에 앉아 보기
오르기 전에 한 칸에 앉아 숨이 길어질 때까지 기다려 보는, 삼 분짜리 쉼에 관하여.
배진경 · 2026. 03. 13

강가에 멈춰 선 자전거
강물이 금빛으로 흔들리는 저녁,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에 대하여.
배진경 · 2026. 03. 08

전지가위가 잠시 멈춘 가지 끝
가위 날이 가지에 닿기 직전, 손이 잠깐 멈추는 그 짧은 사이에 관한 이야기.
배진경 · 2026. 02. 26

밀가루 위에 놓인 반죽 넷
화덕 앞 철판 위 반죽 네 덩이가 부풀기를 기다리는 동안, 숨 한 번이 길어진다.
배진경 · 2026. 02. 08

레인 줄이 흔들리는 새벽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새벽 수영장에서, 물에 닿기 전 숨 한 번을 천천히 고르는 작은 연습.
배진경 · 2026. 02. 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