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4개 오염물질이 한꺼번에, 연 15일

플래닛·입력 2026. 03. 30. 오후 2:09:00
AI 오염지도가 짚은 복합 노출, 물질별 기준의 빈틈
봄철 대기오염은 한 가지 물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봄철 대기오염은 한 가지 물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 ⓒ 브레스저널

한국인은 1년에 보름가량, 네 가지 대기오염물질을 한꺼번에 마신다.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 오존이 같은 날 동시에 기준치를 넘어선 날이 연간 15일로 집계됐다. 임정호 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오염지도 모델 '딥맵'이 동아시아 전역을 훑어 내놓은 결과다. 분석 대상 기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다.

딥맵은 여섯 가지 오염물질의 지표면 농도를 시간 단위로 동시에 추정한다. PM10, PM2.5, 이산화질소, 오존, 일산화탄소, 이산화황이 그 대상이다. 정지궤도 환경위성이 보내오는 관측값에 대기화학수송모델, 수치모델 기상자료, 지상관측 자료를 겹쳐 10㎞ 격자로 농도를 계산한다. 오염물질끼리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함께 학습하는 멀티태스킹 설계를 적용한 점이 특징으로 파악된다.

이 설계가 왜 중요한지는 건강 영향에서 드러난다. 여러 물질에 겹쳐 노출되는 쪽이 한 가지 물질만 마실 때보다 몸에 더 나쁘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동안의 연구 다수는 물질을 하나씩 따로 계산해왔다. 겹치는 날이 며칠인지, 어디에서 겹치는지를 볼 수 없었던 이야기다. 딥맵은 그 겹침을 지도 위에 그려낸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화북평원이 연 24일로 가장 잦았고, 중국 동부 지역이 연 19일로 뒤를 이었다. 한국의 15일은 그 다음이다. 네 물질이 동시에 기준을 넘는 날은 3월과 4월, 그리고 10월에 몰렸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위험이 집중된다는 뜻이다.

올봄 서울의 사정도 이 시기와 겹친다. 3월 1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초미세먼지가 '나쁨' 단계였던 날은 13일이었다. 국내 기준으로 세제곱미터당 35마이크로그램을 넘은 날들이다. 3월 17일에는 중부지방에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밀려오며 수도권과 충남에 올봄 첫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네 물질이 겹치는 날에 위험은 단순 합산 이상으로 커진다
네 물질이 겹치는 날에 위험은 단순 합산 이상으로 커진다 / ⓒ 브레스저널

그날의 원인을 두고는 설명이 갈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 기상청 발표를 인용해 국외 산불 영향을 언급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같은 날 NASA 위성영상을 뜯어보니, 중국 동북부에 찍힌 화점은 영농 부산물을 태우는 들불이었다. 산에서 난 불과 논밭에서 난 불은 대응 방법이 전혀 다르다.

들불은 계절을 탄다. 중국 연구진이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을 들여다본 결과, 중국 동북 지역 바이오매스 소각의 80% 이상이 봄철 3~4월과 가을철 10~11월에 몰렸다. 화점 수는 해마다 평균 759개씩, 화력은 해마다 평균 1만 2,000메가와트씩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네 물질 동시 초과일이 3·4·10월에 집중된 시기와 정확히 포개진다.

여기서 제도의 빈틈이 보인다. 지금의 대기질 관리는 물질마다 따로 기준을 두고 따로 경보를 낸다. 초미세먼지만 기준을 살짝 밑돌면 그날은 통계상 평온한 날로 기록되지만, 이산화질소와 오존이 함께 높았다면 폐가 겪은 부담은 결코 평온하지 않다. 겹쳐 마신 날을 세는 지표가 예보와 저감조치 발령 요건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환경과학과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3월 20일자에 실렸다. 유럽연합도 대기질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어, 국내 기준 재정비 논의는 올해 안에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정책 당국이 복합 노출 개념을 기준에 반영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계절과 원인이 이만큼 또렷하게 드러난 사안이라면, 논의를 미룰 근거는 약해진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봄과 가을, 특히 3·4월과 10월에는 초미세먼지 수치와 함께 이산화질소와 오존 등급까지 확인하고 실외 운동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좋다. 오존은 한낮에, 이산화질소는 출퇴근 시간대 도로변에서 높아진다. 언제 어디를 피할지 아는 것만으로도 겹쳐 마시는 날은 줄어든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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