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감축만으로 못 막는 폭염·가뭄, 적응법이 온다

플래닛·입력 2026. 03. 10. 오후 7:45:00
복합재난 급증 진단과 별도 법체계 논의가 국회에서 맞물렸다
폭염과 가뭄이 한 계절에 겹치는 복합재난이 늘고 있다
폭염과 가뭄이 한 계절에 겹치는 복합재난이 늘고 있다 / ⓒ 브레스저널

배출을 줄이는 일과 이미 닥친 더위를 견디는 일은 서로 다른 준비를 요구한다. 국회에서 이 차이를 법으로 갈라놓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은 9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적응법의 제정 필요성과 입법 과제를 다루는 토론회를 열었다. 조 의원은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와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 함께 몸담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달 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안'의 후속 논의였다. 기획 취지는 두 갈래로 잡혔다.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 방안을 찾는 일, 그리고 적응대책이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 법적 근거를 함께 확인하는 일이다.

주제발표는 신지영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기후적응정책실장이 맡아 적응법 제정의 필요성과 입법 과제를 짚었다. 토론 진행은 송영일 기후변화학회 회장이 이끌었다. 남상욱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기후변화법제팀장, 유재국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이채원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적응과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참석자들이 공통으로 짚은 지점은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의 한계였다. 감축 목표를 중심으로 설계된 법으로 적응 정책까지 끌고 가기는 버겁다는 취지의 견해가 이어졌다. 별도의 법체계를 갖춰야 예산과 집행 권한이 따라붙는다는 논리다.

토론 중에는 한 걸음 더 나간 제안도 나왔다. 적응법이 제정되면 후속으로 기후보험법을 따로 두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남상욱 교수의 의견이었다. 재난이 잦아질수록 피해 복구 비용을 누가 어떻게 나눌지가 현실 문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개인 제안 단계이며 추진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배경에는 기상 재해의 성격 변화가 있다. 폭염과 가뭄이 한 계절에 겹쳐 오는 복합재난이 늘면서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까지 위협받는다는 진단이 나온 상태다. 물이 마르면 냉방 수요는 오히려 커지고, 농작물과 취약계층이 동시에 타격을 입는다. 감축 성과가 나타나기까지의 수십 년을 어떻게 버틸지가 별개의 과제로 남는다.

적응 입법이 만능은 아니다. 법을 만든다고 지자체 폭염쉼터의 에어컨이 저절로 늘지는 않는다. 조문에 담길 거버넌스와 취약계층 지원 범위, 재원 조달 방식이 실제 체감을 좌우한다. 법안의 상세 내용은 심사 과정에서 드러날 예정이다.

당장 손에 잡히는 일도 있다. 사는 동네의 무더위쉼터와 급수 지원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한 번 확인해두면, 다음 여름에 이웃 한 명을 그곳으로 안내할 수 있다. 제도가 정비되는 동안에도 폭염은 매년 온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결국 사람의 손이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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