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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0으로는 부족하다, 속도가 관건

플래닛·입력 2026. 02. 06. 오후 5:17:00
감축 5~10년 지연이 해양순환 임계점을 넘길 수 있다는 경고
대서양 해양 순환은 회복과 붕괴, 두 경로로 갈릴 수 있다
대서양 해양 순환은 회복과 붕괴, 두 경로로 갈릴 수 있다 / ⓒ 브레스저널

감축을 5~10년 늦추는 것만으로 대서양 해양 순환이 임계점을 넘어 붕괴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안정화하는 기후 완화에 성공하더라도 이 순환이 반드시 회복 경로로 가지는 않는다는 결과를 내놨다. 같거나 비슷한 탄소 농도 조건에서도 시뮬레이션에 따라 회복과 수 세기에 걸친 붕괴로 경로가 갈렸다. 목표 연도만큼 도달 속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대서양 해양 순환(AMOC)은 적도에서 고위도로 열과 염분을 실어 나르며 전 지구 기후를 조절한다. 기후변화의 대표적 티핑포인트로 분류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순환이 임계점 근처에 도달한 상태에서 대기 안의 작은 확률적 변동이 쌓이면 붕괴 방향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 상공에 오래 머무는 고기압 이상 같은 내부 패턴이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IPCC의 평가는 조금 다른 결을 갖는다. 21세기 안에 이 순환이 약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보면서도, 2100년 이전의 급격한 붕괴 가능성에는 낮은 쪽으로 무게를 둔다. 두 판단이 정면으로 충돌한다기보다, 완화에 성공한 뒤의 세계까지 들여다본 결과가 새로 얹힌 쪽에 가깝다.

탄소중립이라는 말 자체도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 IPCC는 이를 인위적 이산화탄소 배출과 인위적 제거가 일정 기간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정의한다. 배출이 0이 된다는 뜻도, 온난화가 그 자리에서 끝난다는 뜻도 아니다. 기온 상승을 멈추려면 전 지구 배출이 0에 가까워져야 하고, 배출이 급감해도 자연적인 대기·해양 변동성과 메탄 등 비이산화탄소 온실가스 탓에 기온은 단기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

바다는 더 긴 시간표로 움직인다. 해양에 쌓인 열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빠져나오고, 온난화를 제한하더라도 해수면 상승 같은 일부 변화는 수 세기 넘게 이어질 수 있다. 2050년이라는 도착점 하나로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교롭게도 국내 정책 시계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지난 3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장기 탄소중립 감축경로 설정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2036~2049년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국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같은 날 국회입법조사처도 탄소감축경로 입법 논의를 위한 국회 기후 공론화의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시민대표단 500명이 2036년 이후 감축 속도를 논의한다
시민대표단 500명이 2036년 이후 감축 속도를 논의한다 / ⓒ 브레스저널

출발점은 2024년 8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2030년까지의 계획만 제시할 뿐 2031~2049년 감축계획을 담지 않았다는 것이 사유였다. 같은 법은 2050년 탄소배출량을 0으로 규정하고 있다. 목적지는 적어놓고 가는 길은 비워둔 상태였던 셈.

공론화위원회는 기후특위 여야 간사인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공론화 전문가 등 10여 명에 시민대표단 500명으로 꾸려진다. 오는 3월 말까지 탄소중립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헌재가 정한 개정 시한은 이달 28일이지만, 2035 NDC 수립이 늦어지면서 시한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확정된 2035 NDC는 2018년 대비 53~61% 감축이다.

참고할 선례는 있다. 영국 하원은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한 직후 시민 108명으로 기후시민의회를 구성해 넉 달간 여섯 차례 주말 토론을 거쳐 권고안을 만들었고, 그 내용은 실제 탄소중립 정책에 반영됐다. 독일에서는 시민단체가 주도한 기후시민의회가 160명 규모로 두 달간 12회 열렸다.

규모와 속도는 달랐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숙의의 결과물이 법과 정책의 문장으로 옮겨졌다는 점이다.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파국의 예고가 아니라 일정표의 문제다. 5~10년이라는 지연 폭이 확률을 크게 바꾼다면, 2036~2049년 구간에 어떤 기울기를 그려 넣느냐가 목표 연도만큼 무겁다. 임계점 리스크를 경로 설계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앞으로 논의될 몫이다.

시민대표단 500명 안에 들어갈 사람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의 공론화 일정과 참여자 모집 공고를 한 번쯤 찾아보길 권한다. 2036년 이후의 감축 속도를 정하는 자리에 앉을 500명 중 한 명이 이 글을 읽는 사람일 수도 있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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