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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AM 확정기간 첫해, 정부가 내민 두 갈래 손

플래닛·입력 2026. 08. 26. 오후 4:10:21
실무 매뉴얼 발간과 1대1 밀착 상담, 신청 마감은 4월 26일
수출 항구 야적장에 쌓인 철강 코일
수출 항구 야적장에 쌓인 철강 코일 / ⓒ 브레스저널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수소, 전력. 2026년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대상이 되는 여섯 개 품목이다. 이 목록에 이름을 올린 국내 수출기업은 올해부터 CBAM 배출량 산정방법에 따라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검증받아 EU 수입업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2026년 3월 30일 확정기간 실무 매뉴얼을 발간하고, 같은 날부터 4월 26일까지 기업 상담지원 참여기업을 모집한다. 제도의 문턱 앞에 선 기업들에게 정부가 내민 손은 문서 한 권과 현장 상담이라는 두 갈래다.

CBAM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제도가 아니다. 전환기간은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였고, 확정기간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 시기의 결정적 차이는 의무의 무게다. 전환기간에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는 것까지였다.

확정기간이 열리면서 여기에 2027년부터 CBAM 인증서 구매 의무가 더해진다. 다만 이 의무를 실제로 지는 주체를 두고는 정부 자료 안에서도 표현이 갈린다. 우리 수출기업의 대응 부담으로 서술한 대목이 있는가 하면, EU 수입업자가 배출량에 상응하는 부담을 진다고 적은 대목도 있다. 어느 쪽이든 배출량을 정확히 산정해 넘겨야 하는 쪽은 국내 기업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번에 나온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 확정기간 실무 매뉴얼 - 고유 내재배출량 산정과 CBAM 인증서 수량 산정」은 그 산정 실무를 겨냥한다. 2025년 12월 채택된 EU 이행규정에 따른 제도 변경 사항을 반영했고, 확정기간의 핵심 변경 사항 해설과 함께 가공 철강 공급망의 산정 사례를 수록했다. 사례를 넣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배출량 산정에서 실무자가 가장 자주 막히는 지점은 규정의 문장이 아니라 우리 공정에 그 문장을 어떻게 대입하느냐이기 때문이다. 매뉴얼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관세청 등 관계부처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했다.

문서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공백이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배출량 산정·보고 등 CBAM 이행 전 과정을 기업 현장 방문과 1대1 상담 방식으로 지원한다. '2026년 EU CBAM 대응 기업 상담지원'의 참여기업 모집 기간은 3월 30일부터 4월 26일까지이며, 접수와 문의는 EU CBAM 헬프데스크(1551-3213, 내선 1)에서 받는다.

공급망 각 단계의 배출량이 제품 하나의 내재배출량으로 합산된다
공급망 각 단계의 배출량이 제품 하나의 내재배출량으로 합산된다 / ⓒ 브레스저널

다만 모집 목표 기업 수와 선정 기준, 사업 예산 규모, 수행기관은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매뉴얼 발간과 상담지원이 하나의 패키지로 기획된 것인지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를 유럽의 무역장벽으로만 읽으면 대응은 늘 늦어진다. 배출량을 산정한다는 것은 우리 공정 어디에서 에너지가 새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숫자로 들여다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산정 역량을 갖춘 기업은 규제에 대응할 뿐 아니라 감축 여지를 발견한다.

반대로 산정 체계를 갖추지 못한 기업은 실제 배출이 적더라도 불리한 기본값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준비의 격차가 곧 비용의 격차가 되는 구조다.

시야는 6개 품목에서 멈추지 않는다. 2028년부터는 철강·알루미늄의 다운스트림 품목, 즉 산업용 기계와 차량, 가전제품 등으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지금은 CBAM과 무관하다고 여기는 중견·중소 제조기업 상당수가 2년 뒤에는 같은 서류를 요구받게 된다는 의미다. 오늘 산정 체계를 세워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출발선은 그때 크게 벌어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뜻밖에 단순하다. 우리 회사가 EU로 내보내는 제품이 6개 품목 안에 있는지, 혹은 2028년 확대 대상에 걸리는지를 품목 기준으로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다. 해당된다면 4월 26일 이전에 헬프데스크(1551-3213, 내선 1)로 상담 신청 여부를 문의하면 된다.

제도는 이미 시작됐지만, 준비를 시작하기에 늦은 시점은 아니다. 남는 질문은 하나다. 이 지원이 첫해의 일회성 처방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다운스트림 확대까지 이어지는 상시 체계로 자리 잡을 것인가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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