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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논의, 200명의 시민 손으로 넘어간다

플래닛·입력 2026. 01. 28. 오전 8:05:00
4월 출범 기후시민회의, 대표성 설계가 성패 가른다
전문가가 아닌 시민 200명이 탄소중립 의제를 직접 논의한다
전문가가 아닌 시민 200명이 탄소중립 의제를 직접 논의한다 / ⓒ 브레스저널

무작위로 뽑은 전화번호 2000개에서 시작한다. 거기서 지역·성별·연령을 고려해 200명을 추리면, 올해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정책을 놓고 토론할 시민 숙의기구가 만들어진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와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 기후위 사무처 홍동곤 사무차장이 '기후시민회의 운영계획(안)'을 공개했다. 이르면 2월 중 구성·발족 절차를 마치고 4월부터 1차년도 활동에 들어가는 일정으로 파악된다.

200명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의제를 다듬는 기획참여단 20명, 실제 토론을 맡는 숙의참여단 180명이다. 숙의참여단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두 분야로 갈라져 논의하며, 감축 쪽에는 에너지 전환이 포함된다. 임기는 1년이고 매년 절반을 새로 뽑아 교체한다.

논의 절차는 의제 학습, 숙의·토론, 의견 도출의 3단계로 짜였다. 권고안은 참여자 75% 이상이 동의해야 채택되고, 채택된 권고안은 기후위에 보고돼 안건으로 심의·의결을 거쳐 정부 정책에 반영된다. 필요하면 공론조사를 건의할 수도 있다. 올해 다룰 소재로는 전기차 전환과 지역별 전기요금, 폭염·한파 대책과 기후취약계층 지원 등이 거론됐다.

운영 예산 약 25억 원은 이미 확보됐다. 설치 근거를 담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8일 기후특위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홍 사무차장은 개정안 통과 여부와 별개로 올해부터 운영한다는 전제 아래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부 운영 사항은 시행령에 담길 예정이다.

설계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진 부분은 누가 들어오느냐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오래 받게 될 세대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10~30대에는 110%의 선발 가중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운영 원칙으로는 대표성·독립성·투명성이 제시됐고, 논의 과정은 생중계와 홈페이지로 공개된다. 의제는 시민 제안과 온라인 의견 수렴으로 모으고, 외부 전문가 10명으로 꾸린 자문단이 설계와 진행을 돕는다.

후보군 2000명에서 기획 20명·숙의 180명이 선발된다
후보군 2000명에서 기획 20명·숙의 180명이 선발된다 / ⓒ 브레스저널

토론자로 나선 빅웨이브 김민 대표는 여기에 두 가지를 보탰다. 소분과 토론에서 참여자 사이에 위계가 생길 수 있으니 수평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제안, 그리고 연령 가중치가 과거 탄소중립시민회의 시범 운영 때 역차별 반론에 부딪혀 무산된 전례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탄소중립법이 이미 청소년·장애인·농민 등을 기후위기 취약계층으로 명시하고 있으니 그 규정을 선발 설계에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2021년 기후위의 전신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출범 때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지적은 무작위 추출이라는 방식 자체를 향하기도 한다. 전화를 받아 한 해짜리 숙의에 참여하겠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과, 일정을 비우기 어려운 사람은 같지 않다. 참여단에 대한 수당·교통비 지급 여부는 이번 계획안에서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는 저소득·비정규직 시민의 참여 가능성과 직접 맞물린다. 인구통계 비율을 맞추는 일과 목소리가 작은 쪽을 실제로 앉히는 일은 다른 과제다.

독일과 벨기에, 스페인 등에서는 비슷한 기구가 이미 굴러가고 있다. 기후위는 이번 기구를 국가 단위의 상설 기후시민논의 기구로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국정과제에 올라 있고 예산도 잡혀 있으니, 출범 자체는 개정안 처리와 무관하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그만큼 무게는 법 조문보다 운영 설계 쪽으로 기운다.

2월이면 구성 절차가 시작되고, 그때부터는 이미 정해진 규칙 안에서 사람이 뽑힌다. 의제를 모으는 창구가 시민 제안과 온라인 의견 수렴으로 열려 있는 만큼, 전기요금이든 폭염 대응이든 자기 동네에서 겪은 일을 문장으로 정리해 두는 편이 낫다. 200명 안에 들지 못해도 그 문장은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다. 회의장의 원탁은 생중계로 열려 있고, 지켜보는 눈이 많을수록 원탁의 크기도 커진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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