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법에는 기후시민회의를 세울 근거가 담겼다. 정부는 기후시민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주요 정책과 계획에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기후정책을 정하는 회의실에 일반 시민이 들어갈 문이 법률 문장으로 새겨진 것이다.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목표나 전력수급계획 같은 사안은 전문가와 부처의 논의 영역에 가까웠다. 시민의 목소리는 공청회나 여론조사처럼 결정이 거의 끝난 뒤에야 닿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개정은 그 순서를 바꿔보려는 시도에 해당한다. 대표 발의자는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파악된다.
기후시민회의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설명에서 대략의 윤곽이 드러난다. 무작위로 전화번호를 뽑아 2000명가량의 응답자를 확보한 뒤, 지역·성별·연령 등 인구통계 비율을 맞춰 200명의 시민참여단을 꾸리는 방식이 거론된다. 특정 단체나 이해관계자를 배제하고 평범한 생활인이 무작위로 뽑혀 참여하도록 한 설계다. 확정된 계획은 아니고 3월 12일 시점의 구상이다.
개정안에는 다른 내용도 여럿 실렸다.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정의가 법률에 새로 들어갔고, 탄소중립 기본원칙에 취약계층 보호가 추가됐다. 국립기후과학원 설치 근거, 기후정책연구협의체 구성, 기후대응기금을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의 보증계정으로 활용할 근거도 포함됐다. 헌법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우고 녹색건축물 전환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법이 통과된 이튿날인 3월 13일,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민간위원 국민추천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추천 접수는 3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국민추천제 홈페이지(hrdb.go.kr/OpenRecommend/)에서 이뤄진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몇 명을 위촉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기후대응위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에 관한 주요 정책·계획을 심의하고 이행을 점검하는 민관 합동 기구다. 민간위원과 정부위원을 합쳐 30~60명 규모로 운영되며, 위원장은 김민석 국무총리다. 사무처장은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을 겸하는 김용수다. 민간위원은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에 따라 관련 분야 전문가 가운데 사회계층 대표성을 반영해 위촉한다.
추천 대상이 되는 분야는 기후과학, 온실가스 감축, 기후위기 예방·적응, 에너지·자원, 녹색기술·녹색산업, 정의로운 전환, 기후재정·금융 등이다. 기후대응위는 법 개정을 계기로 위원 규모 범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자격요건에 기후재정·금융을 넣는 개편을 올 상반기에 추진한다. 같은 날 본회의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전부개정안과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 등 환경 분야 법률 6건이 함께 통과된 것으로 파악된다.
제도가 생겼다고 해서 시민의 말이 곧바로 정책이 되지는 않는다. '최대한 반영'이라는 문구가 실제로 얼마나 힘을 갖는지는 첫 회의가 열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봐야 알 수 있다. 2035년 이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나 전력수급기본계획처럼 파장이 큰 사안이 초기 안건으로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 통로가 열렸다는 사실과 그 통로가 넓어지는 일은 별개다.
그래서 다음 일주일이 작지 않다. 기후 분야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 에너지 전환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온 사람, 석탄화력 지역의 노동 전환을 지켜본 사람 -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면 3월 23일까지 추천할 수 있다. 200명의 무작위 시민참여단은 전화가 걸려와야 참여가 시작되지만, 민간위원 추천은 스스로 시작할 수 있다. 회의실에 누가 앉을지를 정하는 명단이 지금 비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