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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기후예산, 20곳에서 멈춰 선 이유

플래닛·입력 2026. 03. 15. 오후 8:12:00
법에 근거는 있지만 운영 기준은 없다, 탄소예산 법제화가 그 빈칸을 겨눈다
배출 허용 총량을 정하고 그 안에서 재정을 배분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배출 허용 총량을 정하고 그 안에서 재정을 배분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 ⓒ 브레스저널

스무 곳.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2026회계연도 재정사업의 온실가스 영향을 따져본 예산서를 손에 쥔 곳의 수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사흘 전 내놓은 보고서에 담긴 집계다. 나머지 223곳의 예산은 그 사업이 온실가스를 늘리는지 줄이는지 계산되지 않은 채 편성됐다.

제도 자체가 없어서 생긴 공백은 아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24조는 국가와 지자체가 예산·기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도록 못 박아두었다. 중앙정부는 2021년 국가재정법과 국가회계법을 손봐 절차까지 만들었고, 2023회계연도부터 2026회계연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을 작성해왔다.

문제는 지방으로 내려오는 통로다. 지방재정법,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지방회계법은 그대로 남아 있다. 상위법이 요구하는 일을 지방재정 관련 법률이 뒷받침하지 못하니, 지자체 입장에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된다.

그 틈을 지자체가 조례로 메워온 흔적이 통계에 남아 있다. 올 2월 기준 별도 운영 조례를 만든 곳은 광역 8곳, 기초 22곳을 합쳐 30곳이다. 조례를 통과시키고도 근거 법률 미개정이나 시행 시점 탓에 제도를 돌리지 못한 곳이 15곳에 이른다. 한 해 예산을 다 쓰고 나서 결과를 정산한 결산서까지 낸 곳은 2024회계연도 기준 8곳뿐이다.

결산서를 낸 8곳의 면면은 참고할 만하다. 광역에서는 서울시·광주시·경기도·제주도, 기초에서는 대전 대덕구·경기 성남시·경기 광명시·전남 광양시가 이름을 올렸다. 규모가 큰 곳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인구 십수만의 기초지자체도 편성과 결산을 한 바퀴 돌려냈다.

제도 공백을 지적하는 보고서가 나온 그 주에, 다른 쪽에서는 입법 시도가 접수됐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시)이 이달 13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정 기간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뜻하는 '탄소예산' 개념을 법률에 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 감축목표를 설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대통령 소속 독립기구인 기후과학위원회 설치도 담았다. 국가 탄소예산을 주기적으로 산정하고, 정부 감축목표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정책을 권고하는 역할이다. 영국과 독일은 일정 기간마다 배출 허용 총량을 정해 운영하는 방식을 정책에 반영해왔다. 감축목표를 회계 단위로 다루겠다는 접근이다.

탄소예산이 총량을 정한다면, 감축인지 예산제는 그 총량을 개별 사업에 나누는 계산기에 가깝다. 두 제도가 맞물릴 때 기후정책은 구호에서 장부로 넘어간다. 개정안이 국가 단위를 넘어 지역 배분까지 다루는지는 조문 세부가 공개된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

유권자 쪽 기류는 이런 논의에 우호적이다. 기후정치바람이 유권자 1만7865명에게 물은 결과, 53.5%가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기후 공약을 보고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지지 정당을 고수하겠다는 응답은 22.4%, 어느 쪽도 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23.0%였다. 전기요금 차등화에 찬성한 비율은 63.5%,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응답은 53%로 집계됐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의 에너지 전환 관련 권한은 넓어진 상태다. 권한이 커진 만큼, 그 권한이 배출량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기록으로 남길 도구가 필요해진다. 예산서와 결산서는 그 기록을 만드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내가 사는 지자체가 20곳 안에 있는지, 30곳 안에 있는지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지자체 홈페이지의 예산 공개 항목을 열어 '온실가스감축인지'라는 말이 나오는지 찾아보면 된다. 없다면 6월에 만날 후보들에게 물어볼 항목이 하나 생긴 것이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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