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정책을 논의하는 탁자에 220명의 시민이 앉았다. 기후 공론 상설기구 '기후시민회의'가 지난 16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발대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발대식은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열었다. 그동안 한 차례 행사로 끝나던 시민 공론이 상시로 돌아가는 틀 안에 들어왔다는 의미가 있다.
시민참여단 220명에는 10대 청소년과 장애인, 고령자, 다문화가정 구성원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기후 문제의 영향을 가장 빠르게 체감하면서도 논의 테이블에서는 뒤로 밀려 있던 사람들이다. 참여단 선발은 인구통계학적 요소와 참여 의지를 함께 고려했다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참여단이 곧바로 안건을 다루지는 않는다. 생활밀착형 기후정책에 대한 전문가 교육을 받은 뒤 의제를 고르고, 토론과 숙의를 거쳐 정책을 제안하는 순서다. 정부는 이렇게 만들어진 권고안을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안건으로 심의·의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을 비롯한 주요 결정 과정에도 참여하게 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발대식에서 기후시민회의를 시민이 정책의 형성과 실행 양쪽에 주체로 참여하는 기후 거버넌스 모델로 규정하고, 제안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강금실 글로벌기후환경대사는 축사에서 '그린 퍼스트(Green First)'를 제안했다. 총리실은 이 기구를 국가 단위로는 세계에서 처음인 상설 기후 시민 논의체로 소개했다. 해외 사례와 견줘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앞으로 따져봐야 한다.
전문가와 관료가 짜온 계획을 시민이 사후에 평가하는 방식은 오래된 관행이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기술적 검토가 필요한 영역일수록 논의의 문턱이 높아진 결과에 가깝다. 냉난방비, 대중교통, 쓰레기 배출처럼 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다루려면 그 생활을 겪는 사람의 언어가 필요하다.
제도가 굳어지려면 첫 임기가 어떻게 굴러가느냐가 관건이다. 이번 참여단의 활동 기간은 올해 말까지로 잡혀 있고, 기후위원회는 참여단 구성원을 주기적으로 바꿀 계획을 밝혔다. 교체 주기와 차기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권고안이 얼마나 정책에 옮겨지는지가 다음 기수의 참여 의지를 좌우할 것이다.
지역에서 쌓인 경험도 참고할 만하다. 광명시는 2018년 9월 지방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기후 전담 부서를 만들었고, 2023년 7월 '2050 탄소중립도시 선포식'에서 6대 전략과 100대 과제를 내놨다. 같은 해 11월에는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를 도입했다. 감축 목표 4만120t 가운데 3만7천232t을 줄여 92.8%를 채운 실적이 뒤따랐다.
연말까지 이어질 숙의 결과가 어떤 문장으로 정리될지는 참여단의 손에 달렸다. 그 논의를 지켜보는 방법도 하나의 참여다. 사는 동네의 기후 조례와 감축 계획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시청 홈페이지에서 한 번 찾아보길 권한다. 220명이 앉은 탁자는 언젠가 더 넓어질 것이고, 그때 발언할 준비는 지금부터 쌓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