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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예산 3조4217억, 실행 단계로 들어섰다

플래닛·입력 2026. 04. 18. 오전 11:54:00
감축·적응·생태계 3대 전략에 전년보다 14.1% 늘린 투자
기후 기술 투자가 연구실을 넘어 생활권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 기술 투자가 연구실을 넘어 생활권으로 확장되고 있다 / ⓒ 브레스저널

3조4217억 원. 정부가 2026년 한 해 기후변화 대응 기술개발에 쓰겠다고 밝힌 금액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6일 '2026년도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시행계획'을 수립해 공개했다. 전년보다 14.1% 늘어난 규모로, 기후 대응이 선언의 영역에서 재정이 뒷받침하는 집행의 영역으로 옮겨왔음을 보여준다.

시행계획은 세 갈래로 짜였다.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혁신 생태계 조성이다. 배출을 줄이는 일과 이미 닥친 변화를 견디는 일, 그리고 그 기술을 시장으로 밀어내는 일을 한 계획 안에 함께 담았다.

감축 쪽 신규 사업 목록은 에너지 전환의 여러 경로를 동시에 열어두는 모습이다.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에 50억 원,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 설계에 21억 원이 새로 붙는다. 소형모듈원자로(SMR) 혁신제조 국산화 기술에는 156억7000만 원이 배정됐고, 청정수소 개발에도 45억 원이 들어간다. 대형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실증사업에는 본예산 200억 원에 추경 224억 원을 더한 424억 원이 신규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목할 변화는 적응 분야에 있다. 그동안 기후 예산은 배출을 줄이는 쪽으로 쏠려 있었지만, 이번 계획은 디지털·인공지능을 적용한 감시예측 체계를 생태계·산림·도심·해양별로 따로 만들겠다고 명시했다. 재난재해 대응 기술개발도 확대한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해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상황에서, 피해를 줄이는 기술 자체가 투자 대상이 된 것이다.

구체적인 예측 역량 강화 사업도 잡혔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후예측 고도화에 50억8000만 원, 기상청의 기후위기대응 국가기후예측시스템 개발에 73억 원이 신규로 들어간다. 어디에 언제 어떤 피해가 올지 미리 아는 능력은, 제방을 쌓거나 그늘막을 세우는 모든 후속 조치의 전제 조건이다.

생태계·산림·도심·해양별 맞춤형 감시예측 체계가 구축된다
생태계·산림·도심·해양별 맞춤형 감시예측 체계가 구축된다 / ⓒ 브레스저널

혁신 생태계 조성 분야는 연구실과 현장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기후기술 실증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국제 협력으로 기술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개발된 기술이 논문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실제로 돌려볼 장소와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짚어둘 부분도 있다. 전체 투자액 3조4217억 원이 세 전략에 어떻게 나뉘는지 전체 내역은 공개 전이다. 예산이 늘었다는 사실과 그 돈이 실제 감축량이나 피해 저감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그 답은 집행이 시작된 뒤 성과로 확인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의 계획이 효과를 내려면 지역에서 받아내는 손이 있어야 한다. 경북 포항시는 지난 10일 시청에서 올해 첫 기후위기대응위원회를 열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위원 15명이 참석했다. 이런 지역 단위 점검 기구가 예산이 내려올 통로가 된다.

기후 대응은 거대한 시설과 큰돈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적응 정책의 출발점은 내가 사는 동네가 어느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수립해 공개하고 있고, 여기에는 우리 지역의 폭염·침수 취약 지점이 담겨 있다. 거주지 홈페이지에서 그 문서를 한 번 찾아 읽어보는 데는 십 분이면 충분하다. 3조 원짜리 계획의 마지막 한 칸은 결국 각자의 생활권에서 채워진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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