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026년 10월 6일 화요일부터 10월 15일 목요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주요 상영관은 부산 영화의전당이고, 집행위원회는 9월 1일 초청작 전체 라인업을 공개한다. 그 열흘을 앞뒤로 이 도시에는 미술과 다큐멘터리와 주민이 만든 영화가 한꺼번에 겹쳐 돈다.
영화의전당 지붕은 길이 백여 미터의 강철 캐노피다. 밤이 되면 그 밑면에 박힌 조명이 파도처럼 흘러가고, 광장에 선 사람들은 목을 젖힌 채 그 빛이 지나가는 것을 본다. 금속이 낮 동안 머금은 열이 저녁 바람에 식으면서 옅은 쇳내가 난다. 축제는 그 냄새와 함께 시작된다.
올해 상반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242만 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242만이라는 집계가 곧바로 극장 좌석으로 환산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도시가 한 계절 동안 감당해야 할 인파의 크기는 짐작하게 한다.
같은 계절, 2026 부산비엔날레가 '불협하는 합창'이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개최에 맞춰 부산 곳곳에서 미술 행사와 전시가 열리고, 사람들은 이 흐름을 '미술의 바다'라고 부른다. 화음을 이루지 못하는 목소리들이 그래도 함께 노래한다는 말은, 영화제와 비엔날레와 작은 영상제가 각자의 박자로 도는 이 도시의 가을과 어딘가 닮아 있다.
9월 3일부터 7일까지 닷새간 영화의전당에서는 제5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가 열린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2022년 부산에서 시작된 영상제로, 올해 주제는 '우리의 손끝에서 지구를 식히다'다. 개막작은 진재운 감독의 '나무의 노래'다.
'나무의 노래'는 중앙아메리카 니카라과 밀림에서 지구에 산소를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진행된 활동을 따라간다. 그 규모를 축구장 약 3천 개에 빗댔다. 열대의 습기와 잎사귀가 흔들리는 소리를 부산의 극장 어둠 속에서 듣게 되는 셈이니, 스크린 하나가 대륙 하나를 옮겨 온다.

출품 규모도 커졌다. 전년보다 461편이 늘었고 출품국은 148개국에 이른다. 다섯 해 전 부산의 작은 시도로 출발한 영상제가 이제 백 개가 넘는 나라의 카메라를 끌어당기고 있다.
축제는 도심의 큰 극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양산시 지역활성화지원센터는 8월 19일 부산국제영화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두 곳은 지역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찍고 상영까지 하는 2026 BIFF '누구나영화만들기'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한다. 관객석에 앉던 사람이 카메라 뒤로 건너가는 실험이다.
문을 닫은 학교 운동장과 바닷가, 별빛 아래를 상영 공간으로 쓰겠다는 구상도 나와 있다.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떠난 교실 창유리에 영사기 빛이 닿고, 파도 소리가 대사 위에 겹치는 밤은 지금도 그려볼 수 있다.
여기서 긴장이 생긴다. 폐교를 극장으로 바꾸는 일은 빈 건물을 살려 쓰는 일이면서, 동시에 그 건물이 왜 비었는지를 덮는 일이 되기도 한다. 관광객이 늘어난 도시에서 축제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늘어난 축제가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의 하루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별개의 이야기다. 양산 주민이 자기 손으로 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것은 그 두 갈래 사이에 서 있기 때문이다.
9월 1일이면 영화제 초청작 목록이 공개된다. 그에 앞서 9월 3일 저녁, 영화의전당에서는 니카라과 밀림을 담은 다큐멘터리 한 편이 불을 켠다. 강철 지붕 아래 광장에 서서 그 빛이 지나가는 것을 올려다보는 데는 표가 필요하지 않다. 부산의 가을은 그 광장에서부터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