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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앞 하늘, 두 번째 조정 신청

루츠·입력 2026. 03. 13. 오전 7:28:00
국가유산청 세운4구역 안건 신청에 서울시 유감 표명
종묘 담장 너머로 도심 건물 능선이 걸린다
종묘 담장 너머로 도심 건물 능선이 걸린다 / ⓒ 브레스저널

국가유산청이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국무총리 소속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안건으로 올려달라는 공문을 지난달 제출했다고 3월 10일 밝혔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이견을 협의·조정하는 기구에 국가유산청이 안건을 낸 것은 두 번째다. 서울시는 하루 뒤인 11일 이민경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내고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 인허가절차 조정 신청'에 유감을 표했다. 같은 사안을 부르는 이름부터 두 기관이 서로 다르다.

종묘 정전 앞에 서면 소리가 달라진다. 박석을 밟는 발밑의 마른 소리, 단청을 걷어낸 나무 기둥의 무채색, 비 온 뒤 축축한 흙과 향나무 냄새. 1395년에 들어선 이 공간이 600년 넘게 지켜온 것에는 건물과 함께 그 위로 비어 있는 하늘도 포함된다.

맞은편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계획 변경을 되풀이해 왔다. 2018년 국가유산청 심의를 거쳐 세운4구역 건물 높이는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협의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 일대 높이 기준을 최고 145m, 양각 규정을 적용하면 141.9m까지 올렸다. 상향 결정의 정확한 일자와 절차는 공표된 바 없다.

두 기관의 논리는 정면으로 어긋난다. 국가유산청은 국제협약상 의무를 들어 세계유산영향평가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고,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종묘 세계유산지구 완충구역 바깥에 있어 평가를 강제할 기준과 근거가 없다고 맞선다. 서울시는 관련 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이라는 점도 들어, 위원회 운영 규정상 심의 대상에서 빠지므로 안건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하라는 말에는 기시감이 있다. 2022년 김포 장릉 인근에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입주를 미루기 위해 첫 신청이 이뤄졌지만,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각하됐다. 그때의 기관 이름은 문화재청이었고, 지금은 국가유산청이다. 이름은 바뀌었으나 부딪히는 지점은 그대로 돌아왔다.

2018년 협의 높이와 지난해 상향된 기준이 같은 하늘을 나눈다
2018년 협의 높이와 지난해 상향된 기준이 같은 하늘을 나눈다 / ⓒ 브레스저널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13명 이내로 꾸려진다. 국무총리가 위촉한 민간위원 4명과 재정경제부장관·행정안전부장관·기획예산처장관·국무조정실장·법제처장, 그리고 안건에 관계된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 가운데 위원장이 지명한 이들이 합류한다. 지방자치법과 시행령에 따라 당사자 한쪽만 서면으로 신청해도 안건이 올라가고, 위원회가 내린 결정에는 이행 의무가 따른다. 그러나 그 결정에 불복하거나 이행을 강제하는 절차는 규정에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간도 변수다. 제12기 민간위원 임기는 지난해 3월로 끝났고 차기 인선이 진행 중이어서, 종묘 앞 안건이 실제 검토대에 오르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그사이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의 요청에 대해 서울시가 밝힌 입장과 논의 경과, 법·제도 정비 노력을 정리해 지난달 회신했다. 서울시는 해법으로 주민·전문가·국가유산청·서울시가 함께 앉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기다리는 쪽은 기관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세운4구역 토지주들은 국가유산청의 문제 제기에 손해배상과 직권남용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2일에는 역사·종교·건축·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종묘 앞에 모여 고층 재개발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재산권과 경관이 각각 다른 시간표를 들고 서 있다.

종묘는 매주 화요일을 뺀 나머지 요일에 문을 연다. 정전 월대에 올라 남쪽을 향해 서보면 논쟁의 좌표가 몸으로 읽힌다. 지붕선이 끝나는 곳에서 하늘이 시작되고, 그 하늘의 어느 높이까지가 유산에 속하는지를 두 기관이 지금 서면으로 다투는 중이다. 답이 나오기 전에, 지금의 하늘을 한 번 보아두는 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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