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그물 해먹에 눈을 감다

배진경·입력 2026. 06. 22. 오후 8:41:00
두 나무 사이 낡은 해먹이 오후 내내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동안에도 해먹은 흔들린다
비어 있는 동안에도 해먹은 흔들린다 / 사진 azra irem Topcu · Pexels

거친 껍질의 나무 두 그루 사이에 낡은 그물 해먹이 걸려 있다. 뒤쪽을 덮은 초록 차광막 위로 오후 햇빛이 번지고, 성긴 매듭 사이로 그 빛이 조금씩 새어 나간다. 밧줄 끝은 여기저기 풀려 술처럼 늘어졌고, 해먹은 아무도 앉지 않은 채 가운데가 살짝 가라앉아 있다.

그물이 만든 오목한 곡선을 오래 보고 있으면 어깨가 저절로 한 뼘쯤 내려간다. 들이쉰 숨이 평소보다 길어지고, 발바닥이 바닥에 닿아 있다는 감각이 뒤늦게 돌아온다. 눈의 초점은 매듭 하나에 머물다 스르르 풀린다.

낮 동안 마음은 무언가를 계속 쥐고 있었다. 놓아도 되는 것까지 손아귀에 남겨두었다는 사실을 몸이 조용히 알려준다.

십오 분쯤 눈을 감아 보는 것도 괜찮다. 잠들지 않아도 좋으니 등을 의자에 기대고 두 손을 무릎에 얹어두면 어떨까. 알람을 하나 맞춰두면 시간을 지키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해먹은 비어 있는 동안에도 바람을 따라 천천히 흔들린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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