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흔들리는 불꽃을 삼 분 동안

배진경·입력 2026. 07. 30. 오전 11:08:00
초 세 자루가 켜진 어두운 방에서, 눈을 한 곳에 두는 일에 대하여
흔들리는 것을 흔들리는 대로 본다
흔들리는 것을 흔들리는 대로 본다 / 사진 Nothing Ahead · Pexels

초 세 자루가 화면 오른쪽에 모여 섰다. 뒤쪽 두 자루는 키가 비슷하고, 가운데 것은 몸통 절반이 흘러내린 촛농으로 덮였다. 벽에는 낡은 신문지가 발려 있어서, 세로로 박힌 작은 활자들이 주황빛 언저리에서만 겨우 읽힌다.

화면 왼쪽 절반은 검다. 바닥에는 굳은 촛농 방울이 열 개 남짓 흩어져 빛을 되받는다. 몇 시인지 알려주는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빛 아래에서는 눈의 초점이 저절로 좁아진다. 볼 것이 하나뿐이라 그렇다. 어깨가 슬며시 안쪽으로 말리고, 턱 근처가 단단해지고, 손은 무릎 위에서 갈 곳을 잃는다.

발바닥만은 바닥에 그대로 붙어 있다. 숨은 짧아졌다가, 불꽃이 한 번 크게 기울면 따라서 길어진다.

조바심은 대개 이럴 때 커진다. 쥔 일이 없고, 볼 것은 하나이고, 시간은 잘 가지 않는다. 그 마음이 몸보다 바쁘다.

불꽃 하나만 골라 눈을 두어도 좋겠다. 촛농이 가장 많이 흘러내린 가운데 초라면 알맞다. 삼 분이면 넉넉하다.

불꽃은 같은 모양으로 두 번 흔들리지 않는다. 끝이 왼쪽으로 길게 늘어났다가 다시 뾰족해지고, 심지 둘레가 파랗게 잠깐 비치기도 한다. 그 변화를 세지 않고 따라가기만 해도 삼 분은 지나간다.

밤에도 같은 보기가 가능하다. 잠들기 전 방의 큰 불을 끄고 스탠드 하나만 남겨, 그 빛이 천장에 그린 둥근 테두리를 삼 분쯤 바라본다. 그때 살펴볼 곳은 턱이다. 이를 물고 있는지 어금니 사이가 조금 벌어져 있는지만 확인하고, 달라진 게 없다면 없는 대로 두고 잠들면 된다.

촛농은 흘러내린 모양 그대로 굳었고, 불꽃은 여전히 흔들린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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