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김 오르는 웅덩이에 어깨를 담그면

배진경·입력 2026. 07. 11. 오후 12:50:00
뜨거운 물이 힘을 풀어가는 순서를 따라가는 시간
물이 먼저 닿는 곳은 늘 어깨다
물이 먼저 닿는 곳은 늘 어깨다 / 사진 Jamaal Hutchinson · Pexels

들판 한가운데가 움푹 파였고, 그 안에 고인 물에서 흰 김이 천천히 올라온다. 웅덩이 둘레는 회백색 진흙으로 젖어 있고, 가장자리를 두른 풀은 물기를 머금어 짙은 초록이다. 화면 뒤편으로도 김줄기가 서너 갈래 더 피어올라 자작나무 숲 앞에서 흩어진다.

하늘은 옅은 회색 구름으로 덮였고, 오른쪽 능선에만 낮은 볕이 걸려 있다. 한낮과 저녁 사이, 색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시각.

이런 장면을 보면 몸이 처음에 반응한다. 아직 물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어깨가 조금 내려간다. 뜨거운 물이 살에 닿을 때의 그 첫 순간, 숨을 한 번 들이켰다가 길게 내보내는 감각이 기억에서 올라오기 때문이다. 발바닥은 미리 바닥을 더듬고, 눈의 초점은 김이 흩어지는 지점에서 풀린다.

몸이 굳어 있던 사람은 뜨거운 물에 들어간 뒤에야 자기가 얼마나 힘을 주고 있었는지 알아차린다. 턱과 어깨에 하루치 긴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

오늘 저녁 욕조나 샤워기 아래에서 삼 분만 써볼 만하다. 물 온도를 견딜 만큼 뜨겁게 맞추고, 어깨를 물에 완전히 맡긴다. 목을 세우려 하지 말고, 뒷목이 물에 얹히도록 둔다. 어깨를 붙들고 있던 힘이 풀리면 물의 높이가 조금 올라온다.

같은 감각을 잠들기 전 이불 속으로 옮겨볼 수 있다. 어깨를 베개 아래쪽으로 내리고, 귀와 어깨 사이 거리가 손가락 두 마디쯤 벌어지는지 지켜본다. 그 거리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만 보면 된다.

웅덩이의 김은 누가 보든 말든 계속 올라오고, 풀은 그 습기로 저 혼자 짙어진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