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연기가 없는 굴뚝 세 개

편집부·입력 2026. 03. 17. 오후 1:22:00
가동을 멈춘 설비가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남겨둔 콘크리트
멈춘 설비도 장부에는 남아 있다
멈춘 설비도 장부에는 남아 있다 / 사진 Ivan Chumak · Pexels

회색 구름이 하늘 전체를 덮었고, 그 아래 콘크리트 굴뚝 세 개가 일렬로 서 있다. 표면에는 시공 이음매가 가로줄로 남았고 꼭대기 난간에는 사다리와 발판이 붙어 있다. 어느 굴뚝에서도 연기는 나오지 않는다. 아래쪽 절반은 무성한 나무들이 가리고, 오른쪽 끝에 비계가 세워진 건물 한 채가 보인다.

굴뚝은 원래 설비가 살아 있다는 신호였다. 연기의 색과 양으로 조업률을 짐작하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신호가 사라진 지금은 콘크리트 덩치만 남았다. 연기가 멈추어도 콘크리트는 그대로 서 있다는 사실이 이 사진의 핵심이다.

전환의 비용은 여기서 갈린다. 배출을 줄이는 일은 굴뚝을 끄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끈 뒤에도 자산은 장부에 남고 해체에는 다시 돈이 든다. 세워둘 것인지 허물 것인지, 그 결정을 미루는 동안 나무는 계속 자라 아래쪽부터 구조물을 덮는다.

굴뚝 아래 나무 그늘은 빛이 거의 닿지 않아 검게 뭉쳐 있다. 그 어둠 속에서 낮은 담장과 철망의 윤곽이 겨우 드러나고, 잎에 가려진 채 무언가 각진 형체가 굴뚝 밑동에 붙어 있다. 출입을 막아둔 흔적일 수도, 오래 방치된 부속 설비일 수도 있다. 견주어 볼 높이를 따지기 전에, 정작 눈에 잡히지 않는 바닥 쪽이 처분을 미룬 시간을 더 길게 품고 있다.

오른쪽 건물의 비계는 무언가 진행 중이라는 표시다. 짓는 중인지 뜯는 중인지는 사진만으로 알 수 없다. 굴뚝과 비계, 나무의 높이를 다시 한 번 견주어 볼 만하다.

편집부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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