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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t당 1만4533달러, 전환의 병목이 바뀌었다

김범수·입력 2026. 09. 17. 오전 7:00:00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가 같은 금속을 부른다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로 들어갈 구리 전선 다발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로 들어갈 구리 전선 다발 / ⓒ 브레스저널

구리값이 사상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국제 가격은 t당 1만4533달러까지 올랐다. 전선과 변압기, 모터 배선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금속이 역대 가장 비싼 값을 찍었다.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병목이 기술에서 금속으로 옮겨왔다.

값을 밀어 올린 쪽은 수요다. AI 데이터센터가 대륙마다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낡은 전력망을 새로 까는 공사도 같은 시기에 진행된다.

태양광과 풍력 설비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여러 갈래 공사가 몇 해 안에 몰렸다. 모두 구리를 대량으로 쓰는 일이다.

공급은 그만큼 빨리 늘지 못한다. 주요 광산이 노후화해 단기간에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여기에 주요 생산국의 조업 차질이 더해졌다.

미국의 관세 확대 가능성도 가격을 자극했다. 미국 쪽으로 구리 물량이 쏠리는 흐름도 함께 나타났다. 한 지역이 재고를 당겨 쌓으면 다른 지역의 재고는 그만큼 줄어든다. 물량이 어느 지역에 있느냐가 가격에 반영된다.

최근 12개월 상승률을 47%로 집계한 분석도 나왔다. 공급 확대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진다.

구리 한 덩이가 전력 설비로 흘러가는 경로
구리 한 덩이가 전력 설비로 흘러가는 경로 / ⓒ 브레스저널

값이 오르면 땅을 가진 쪽의 요구도 달라진다.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자원 민족주의가 강해지고 있으며, 캐낸 광석을 현지에서 가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논의가 넓어지고 있다. 광석을 수출하는 데 그쳤던 이전과는 다른 조건이다. 가공 의무가 확대되면 다국적 기업은 현지 투자와 공급망 다변화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

비싸진 금속은 결국 공사비와 요금으로 되돌아온다. 변전소 한 곳, 해상풍력 단지 한 곳의 사업비가 달라진다. 전환을 서두르려는 계획일수록 금속값에 더 크게 흔들린다.

여기서 잘못한 쪽을 하나 고르기는 어렵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기업, 전력망을 넓히는 정부, 자국 산업을 키우려는 생산국은 각자 납득할 만한 선택을 하고 있다. 그 선택들이 한 금속 위에서 만나면서 값이 튀었다.

새로 캐내는 양을 늘리는 길은 오래 걸린다. 한 번 뽑아 쓴 구리를 다시 거둬들이는 길은 그보다 짧다. 구리는 녹여 다시 뽑아도 전기를 나르는 성질을 잃지 않는다. 광산 밖에 흩어져 있는 구리를 회수 체계 안으로 들여놓으면 공급 부담을 덜 수 있다.

서랍 한 칸만 열어도 쓰지 않는 충전 케이블이 몇 가닥씩 나온다. 고장 난 멀티탭, 오래된 공유기, 돌지 않는 선풍기도 집집마다 남아 있다. 종량제 봉투 대신 폐가전 수거함이나 지자체 무상 수거로 보내면, 그 안의 구리는 광산을 거치지 않고 다시 전선이 된다.

김범수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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