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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160만개를 액자로 바꾼 해남의 10년

김범수·입력 2026. 06. 04. 오전 11:53:00
바닷가 9개 면 순회 감용기, 예산 33억원을 아끼다
어촌 항구에 모인 폐부표는 현장에서 부피가 줄어 원료가 된다
어촌 항구에 모인 폐부표는 현장에서 부피가 줄어 원료가 된다 / ⓒ 브레스저널

흰 덩어리 160만개. 전남 해남군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바닷가에서 걷어낸 폐스티로폼 부표의 개수다. 다 모으면 220여t에 달하고, 아껴낸 예산은 약 33억원으로 분석됐다. 10년째 계속돼 온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의 현장 점검을 거치며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만한 모델인지 저울에 올랐다.

양식장에 매달린 스티로폼 부표는 파도와 자외선에 시달리며 잘게 부서진다. 그 부스러기가 바다로 흩어져 미세플라스틱이 되는 경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정부는 2023년 11월부터 양식장 신규 설치를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금지선이 그어져도 바다에 떠 있던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해남군의 방식은 부표를 도시로 실어 나르지 않는 데 있다. 파쇄한 뒤 압축·가열해 부피를 줄이는 이동식 감용기를 차량에 싣고, 연안과 맞닿은 관내 9개 면을 돌며 현장에서 곧바로 처리한다. 어민과 해양쓰레기 수거 전담 인력인 '바다환경지킴이'가 폐부표를 지정 장소에 모아두면 감용 차량이 찾아가는 순서다. 운반비가 곧 처리비인 폐기물 행정에서 이 순서를 뒤집은 것이 핵심이다.

부피가 줄어든 덩어리는 버려지지 않고 팔린다. 압축·성형된 폐스티로폼은 사진액자와 건축자재의 원료로 쓰이고, 군은 그 판매로 세외수입을 만들고 있다. 위탁처리 비용을 덜어낸 쪽과 원료를 팔아 벌어들인 쪽이 함께 33억원이라는 결과로 모였다. 올해 5월 말까지 처리한 양은 약 12t이다.

수거된 폐부표는 현장 압축을 거쳐 액자와 건축자재 원료로 되돌아간다
수거된 폐부표는 현장 압축을 거쳐 액자와 건축자재 원료로 되돌아간다 / ⓒ 브레스저널

성과는 바깥에서도 확인됐다. 2024년 세금바로쓰기 납세자운동의 최우수 지방자치단체 대상, 환경부와 SBS가 공동 주최한 '2025 기후환경대상'이 잇따라 해남군에 돌아갔다. 전국 147개 지자체가 경제와 환경, 문화, 복지를 놓고 겨룬 제15회 지방자치단체 생산성대상에서도 환경 분야 우수사례로 이름이 올랐다. 주관은 행정안전부였다.

지난달 19일 화산면 송평항에서 점검이 이뤄졌다. 폐부표 발생량에 견줘 처리 능력이 충분한지, 감용시설 운영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지를 들여다봤다. 재활용을 넓히고 해양환경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손을 맞잡을지도 함께 논의됐다.

물론 상 하나가 전국 확산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후속 계획과 예산 반영은 확정되지 않았고, 해남의 조건이 다른 연안 지자체에 그대로 들어맞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군은 사업 성과를 나누며 해양쓰레기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실현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바다에서 밀려온 스티로폼은 손으로 잡으면 부스러진다. 그 부스러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나면 해변에서 마주친 흰 조각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진다. 다음 주말 바닷가를 찾는다면 흰 조각 몇 개를 주워 담을 봉투를 챙겨보자. 해남의 감용 차량이 하는 일도 결국 그 조각들이 물속으로 흩어지기 전에 붙잡는 일이다.

김범수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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