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이 종량제봉투를 열어 재활용품만 골라냈더니 봉투 하나가 30% 내외로 줄었다. 서울시가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 중인 '파봉 캠페인' 현장에서 나온 결과다. 버려질 이유가 없던 것들이 봉투 안에 섞여 있었다는 뜻이다.
파봉 캠페인은 입주민이 직접 종량제봉투를 개봉해 재활용품과 음식물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분류해보는 참여 프로그램이다. 4월 말에 시작해 5월 말까지 이어지며, 서울 지역 아파트 단지 25곳이 참여한다. 9일 기준으로 9개 단지가 봉투를 열었다.
현장에서 골라낸 재활용폐기물 가운데 가장 많이 나온 것은 비닐류였다. 플라스틱류와 음식물류가 그 뒤를 이었다. 과자 봉지, 라면 봉지, 배달 용기처럼 매일 손에 쥐었다 놓는 것들이 봉투 안에서 뒤엉켜 있었던 이야기다.
이 광경은 통계와도 맞물린다. 2024년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성상분석에서 종량제봉투 속 비닐류·플라스틱류는 19.7%, 음식물류는 8.1%를 차지했다. 넷 중 하나 이상이 원래 다른 길로 갔어야 할 물건이었다.
이 캠페인은 누구를 적발하려고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다. 평소 성상 조사를 담당하는 조사원이 입주민 옆에서 작업을 돕고, 실제로 나온 혼입 사례를 놓고 배출 기준을 함께 익힌다. 잘못을 지적당하는 시간과는 거리가 멀고, 헷갈렸던 품목의 답을 손으로 확인하는 시간에 가깝다.
분리배출이 어려운 것은 무성의 탓이라기보다 애매함 탓이다. 세척이 덜 된 용기, 코팅된 종이, 여러 소재가 붙은 포장재를 손에 들면 어느 쪽으로 버려야 할지 결정이 멈춘다. 봉투를 한 번 열어보는 경험은 그 애매함을 구체적인 물건으로 바꿔놓는다. 체험을 신청한 입주민에게는 녹색실천 마일리지 1000마일리지가 지급된다.
서울시가 이 캠페인을 벌이는 배경에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있다. 묻을 곳이 사라지면 태우거나 줄이는 수밖에 없고, 태우는 양을 줄이려면 봉투에 들어가는 것부터 줄여야 한다. 시는 품목별 혼입률 같은 결과를 배출원 특성에 맞춘 자원순환 정책 설계에 쓰겠다고 밝혔다. 권민 기후환경본부장도 캠페인 취지를 설명하며 시민 참여의 의미를 강조했다.
25개 단지 전체의 집계는 캠페인이 끝난 뒤에 정리된다.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오늘 저녁 봉투를 묶기 전에 안을 한 번 들여다보고, 비닐 한 장과 플라스틱 용기 하나만 꺼내 따로 담아보자. 그 두 개가 빠진 봉투의 부피가, 이 캠페인이 25개 단지에서 확인하고 있는 30%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