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민간에 맡긴 소각 물량 12만 6,682톤은 단 한 톤도 서울 안에서 태워지지 않았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올해 1월 시행된 뒤, 땅에 묻지 못하게 된 쓰레기가 어디로 갔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환경운동연합 경기·서울·인천 등은 2월 11일 수도권 3개 시도의 처리 현황을 분석한 성명을 내고, 소각과 민간 의존으로 기울어진 흐름을 되돌릴 것을 요구했다.
제도의 취지는 분명했다. 매립지에 생활쓰레기를 그대로 묻는 방식을 끊어내고, 태우거나 재활용하는 쪽으로 처리 체계를 올려세우자는 것이다. 이 원칙은 2030년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수도권 한 달의 경험은 나머지 지역이 미리 읽어야 할 예고편에 가깝다.
문제는 배출량을 줄이는 일보다 처리처를 찾는 일이 먼저 급해졌다는 데 있다. 3개 시도가 민간 시설에 위탁한 종량제 생활폐기물은 53만 톤을 넘어선다. 이 가운데 소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인천시 100%, 경기도 73.2%, 서울시 54.4%다. 공공이 감당하지 못한 몫이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처리 방식의 선택권도 함께 넘어간 모양새다.
물량이 시 경계를 넘으면 부담도 함께 이동한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민간 소각 물량 일부를 충남·충북·강원으로 내보내고 있다. 민간 소각시설에 대한 반입협력금은 유예된 상태여서, 받는 지역이 대가를 요구할 지렛대도 마땅치 않다.

받는 쪽 지역에서는 이미 논의가 시작됐다. 증평자원순환시민센터(센터장 신건영)는 이달 6일 군민 토론회를 열어 수도권 직매립 금지가 지역에 미칠 영향과 대응책을 다뤘다. 자리는 증평읍사무소 회의실에 마련됐고 증평군이 후원했다. 청주에서도 수도권 폐기물 반입을 규탄하는 행사와 대응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 갈등을 수도권과 지방의 대립으로만 읽으면 답이 좁아진다. 수도권 지자체도 소각 용량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 조건에서 움직였고, 충북 주민들도 폐기물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 자기 지역이 처리장으로 굳어지는 상황을 경계한다. 양쪽이 같은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태울 곳을 늘리는 속도가 쓰레기를 줄이는 속도를 앞지르면, 이 경로는 계속 길어진다.
환경운동연합이 성명에서 내놓은 요구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생활폐기물 공공 처리 원칙을 세워 민간 의존을 최소화하고,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지자체가 자기 관내 처리계획을 마련하며, 소각 확대에 앞서 감량과 재사용 정책을 처음에 확립하라는 세 가지다. 순서를 뒤집자는 제안으로 읽힌다.
감량은 정책만의 몫이 아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기는 것 가운데 상당량은 애초에 봉투 밖에 있었어야 할 재활용품과 음식물이다. 이번 주 배출하는 봉투 하나를 열어 무엇이 잘못 섞였는지 눈으로 확인해 보면, 53만 톤이라는 숫자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손끝에서 만져진다. 태울 것을 어디로 보낼지 정하는 논의보다, 태울 것을 만들지 않는 선택이 언제나 한 발 앞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