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한 해 AI 고노출 직업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약 25만명 규모다. 이 증가분의 80~90%가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나왔다. 열 개 중 여덟 개 이상이 수도권 몫이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기계 조작이나 단순노무처럼 로봇과 자동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일자리는 비수도권에 더 두껍게 깔려 있었다.
AI 노출도는 어떤 일자리를 이루는 작업들이 AI를 통해 활용되거나 자동화될 가능성을 재는 값이다. 노출도가 높다고 해서 그 일이 곧 사라진다고 읽을 수는 없다. 반대로 노출도가 높은 쪽에서 새 일자리가 생겨나기도 한다. 2025년의 25만명이 그 증거다.
갈라지는 지점은 AI의 종류였다. 문서 작성과 정보 처리 같은 직무가 많은 생성형 AI 고노출 직업은 서울에서 노출도가 가장 높았고, 세종과 경기, 인천이 뒤를 이었다. 로봇으로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 쪽은 경북과 전남, 충북, 울산 같은 비수도권에서 높게 나타났다. 제조·운수·숙박·음식업처럼 기계가 사람 손을 직접 대신할 수 있는 업종이 그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같은 AI라도 종류에 따라 노출도가 높은 지역이 달랐다.
스스로 작업을 이어가는 에이전틱 AI 쪽에서는 쏠림이 더 크게 나타난다. 2025년 이 분야 고노출 직업에서 늘어난 10만5000명 가운데 88.3%인 9만3000명이 수도권에 몰렸다는 집계가 제시됐다. 이 10만5000명이 전체 25만명 안에 들어 있는 부분인지 별도로 센 값인지는 공개된 설명만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연령별로는 결과가 달랐다. 20대 취업자는 AI 고노출 직업에서 전국적으로 줄었다. 감소 폭이 얼마나 되는지는 이번 집계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지역 제조업에 AI를 접목해 제품 개발이나 공정 개선에 쓰는 방안을 내놨다. 공장에 들어가는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쓰임에만 머물면 비수도권은 잃기만 한다. 설계와 품질 관리, 불량 예측처럼 사람의 경험이 쌓인 영역에 AI를 붙이면 같은 공장에서 성격이 다른 일이 생겨난다.
울산은 그 가능성을 가늠해볼 만한 곳이다. 피지컬 AI 노동시장 노출도가 전국 17개 시도 중 4위, 종합 AI 준비도는 5위다. 로봇 도입 여지가 큰 동시에 이를 받아낼 기반도 갖춘 지역의 결과는 몇 해 뒤 고용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기술이 퍼져나가는 경로는 산업 지도를 그대로 따라갔다. 문서와 정보를 다루는 사무 기능이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 생성형 AI가 만드는 일도 그곳에서 나온다. 기계와 라인이 있는 곳에는 로봇이 들어간다.
울산의 공정 기사와 서울의 기획자는 같은 해에 같은 기술을 만났지만, 한쪽에는 새 직무 공고가, 다른 한쪽에는 자동화 설비 도입 안내가 왔다. 노출도는 누가 밀려날지를 점치는 도구보다 어떤 일이 어디에서 다시 설계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밑그림에 가깝다. 내년 이맘때 25만개의 행선지가 다시 집계될 때, 그 답은 공장 안에서 AI에게 무엇을 맡겼는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