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가 나온 뒤 케냐에서 사라진 일감은 해외 학생들의 과제를 대신 써주던 아웃소싱 업무였다. 이 일을 맡아온 사람들 다수가 대학을 나온 고학력자다. 과제를 외주로 넘기던 학생들이 AI를 직접 쓰기 시작하면서 주문 자체가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해 1월 이후 7만5000개 줄었다. 두 수치는 대상도 지역도 기간도 달라 더하거나 견줄 수 없다. AI가 지울 직업으로 오래 지목돼온 쪽은 법률·회계 같은 사무직 상단이었는데, 실제로 일감이 끊긴 곳은 개발도상국의 지식 외주와 미국의 공장 라인이었다.
국회도서관은 국제노동기구(ILO) 리포트를 근거로, AI 고위험군에 속한 청년 일자리가 10% 줄면 560만 명이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고위험군이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지금의 AI가 대체할 수 있다고 분류된 직무를 말한다. 이 560만이라는 규모가 어느 범위를 묶은 것인지는 국회도서관 발표문에 담기지 않았다.
케냐 대필업은 경력의 입구에 가까운 일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현지 취업길이 막히면 영어 문서 작성 능력 하나로 외화를 버는 통로였다. 그 통로가 좁아지면 다음 단계로 올라설 발판도 함께 사라진다. 청년 고용이 취약한 것은 대체 가능성이 높은 데다 애초에 붙잡을 경력조차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미국으로 돌아온다 해도 고용이 그만큼 늘지는 않으리라는 견해도 나온다. 돌아오는 공장이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전제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유망 직업 목록에서 택배처럼 몸을 쓰는 배송 직종이 위로 올라오는 역전도 보도됐다.
이 사안들은 지난 6일부터 8일 사이에 잇달아 보도됐다. AI의 고용 충격은 소득이 높은 쪽부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국경 밖 하청과 공장 바닥처럼 협상력이 약한 곳부터 훑는다.
대필 주문이 끊긴 뒤 나이로비의 대졸자들이 어떤 일로 옮겨 갔는지를 추적한 통계는 없다. 사라진 일자리의 수는 세어지지만, 그 일을 잃은 뒤 어디로 갔는지는 집계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