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사자 500인 이상 제조기업 100곳 가운데 84곳이 공장에 피지컬 AI를 들였거나 들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8월 20일 내놓은 '피지컬 AI 도입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다. 상용이나 시범사업 형태로 지금 돌리고 있는 곳이 47.0%, 계획 단계인 곳이 37.0%로 나뉜다. 도입도 계획도 없다고 답한 기업은 16곳에 그쳤다.
전 공정이나 전 부서에 걸쳐 도입한 곳은 4.0%뿐이고, 일부 공정과 일부 부서에만 넣은 곳이 43.0%다. 공장 전체를 바꾼 사례는 드물다.
피지컬 AI는 소프트웨어 안에만 머물던 인공지능이 로봇이나 자동화 설비와 결합해 실제로 물건을 옮기고 조립하는 기술을 말한다.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드론,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이동로봇(AMR)이 여기 포함된다. 조사는 경총이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5월 27일부터 6월 10일까지 15일간 진행됐다.
도입 여부는 기업 덩치를 따라 갈렸다. 종사자 1000인 이상은 88.5%가 도입했거나 도입하겠다고 답한 반면 500인 이상 1000인 미만은 68.2%에 머물러 20.3%포인트 차이가 났다. 설비를 새로 들일 돈이 응답을 갈라놓았다고 볼 만하다.
지금 쓰는 장비와 앞으로 쓸 장비는 종류가 다르다. 현재 도입 기업이 가장 많이 꼽은 유형은 AGV·AMR로 63.8%였고(복수응답), 도입을 준비 중인 기업은 휴머노이드형을 64.9%로 첫손에 올렸다. 활용 분야는 조립·제작 공정 66.0%와 물류·운송 및 창고 관리 57.4%에 몰려 있고, 안전 관리는 10.6%로 낮다.
기대는 생산에 쏠린다.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84개사는 '생산성 및 실적 향상'을 45.2%로 가장 많이 꼽았고, 구인난 등 인력 운용 어려움 해소가 26.2%, 산업재해 예방이 22.6%로 뒤를 이었다. 이들이 예상한 평균 생산성 향상 폭은 31.9%로 나타났다. 기업이 스스로 내다본 기대치라 실제 성적표와는 거리가 생길 수 있다.

같은 설문에서 고용 전망은 반대쪽을 가리켰다. 피지컬 AI가 퍼지면 전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 기업이 61.9%,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응답이 34.5%, 늘어난다는 응답은 3.6%에 머물렀다. 생산성을 31.9% 끌어올리겠다는 기대와 사람을 덜 쓰게 되리라는 전망이 한 조사 안에 함께 담겼다. 답한 쪽이 모두 사용자라는 점을 같이 놓고 읽어야 한다.
도입을 막는 요인으로는 기술적 불안정성과 시스템 불안에 따른 리스크가 34.5%로 가장 높았다.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 불확실성이 31.0%, 근로자와 노조의 도입 반대가 27.4%로 뒤따랐다. 근로자와 노조의 반대는 설비 성능과 무관한 요인이다.
거시 전망은 밝게 봤다. 노동력 감소나 생산성 하락 같은 국가경제 문제를 푸는 데 피지컬 AI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응답이 79.8%였고, 영향이 작을 것이라는 응답은 4.8%에 그쳤다. 이승용 경총 경제분석팀장은 투자 대비 수익 불확실성과 노사 갈등 우려를 짚으며 관련 규제 정비와 기업 지원 대책을 주문했다.
규제 논의는 다른 영역에서 조금 앞서 나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손미정 디지털의료제품지원총괄과장은 8월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6)에서 기계학습 기반 고정형 AI를 전제로 짜인 규제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AI에 맞게 다시 짜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기를 놓고 나온 이야기라 제조 라인에 그대로 옮겨 붙지는 않는다.
조립 라인에서 하루 종일 부품을 나르는 노동자에게 이 조사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말한다. 곁의 기계가 무거운 짐을 대신 들고, 함께 일하던 동료의 수는 줄어들 수 있다. 61.9%라는 응답은 그 걱정이 사용자 쪽 예측에도 들어 있다는 뜻이다. 휴머노이드가 라인에 서기 전에 손볼 것은 로봇의 성능보다 사람이 맡을 일을 어떻게 다시 나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