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벤치 두 개와 낮은 겨울 해

리커버리·입력 2026. 04. 20. 오전 11:59:00
잎을 다 내려놓은 가지 사이로 볕이 번지는 시간
데워지는 데는 오 분이면 충분하다
데워지는 데는 오 분이면 충분하다 / 사진 David Kanigan · Pexels

구름 한가운데가 열리고 해가 낮게 걸려 있다. 잎을 다 떨군 나무 두 그루가 검은 실선으로 서고, 그 사이 언덕 위에 벤치 두 개가 비어 있다. 하늘은 주황에서 황토로 번지다가 지평선 근처에서 다시 붉어진다.

이런 빛 아래 서면 얼굴 왼쪽만 따뜻해진다. 목덜미는 여전히 서늘한데 광대뼈 위로는 온기가 얇게 얹힌다. 어깨가 조금 내려가고, 숨이 들어오는 길이 반 뼘쯤 넓어진다.

겨울 볕을 받는 동안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은 서두름이 끝나는 느낌이다. 해가 지기 전에 무언가를 마쳐야 한다는 감각이 잠시 힘을 잃는다.

창가든 골목 끝이든 볕이 닿는 곳에 오 분쯤 그냥 서 있어 보는 것도 괜찮다. 손등을 펴서 빛 쪽으로 돌려두고, 따뜻해지는 순서를 세어 보면 어떨까. 손등, 손목, 팔뚝 안쪽.

벤치는 비어 있고, 해는 아직 넘어가지 않았다.

리커버리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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