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 왼쪽을 잎 무성한 나무가 크게 차지하고, 오른쪽 아래에서는 잎을 거의 잃은 가지들이 손가락처럼 위로 뻗어 올라간다. 그 사이 하늘은 지평선 쪽에서 옅은 청색으로 남아 있다가 위로 갈수록 짙은 남색으로 깊어진다. 별은 흩뿌려진 정도로 작다.
하늘을 지배하는 크고 밝은 별이 없고 비슷한 밝기의 점들만 고르게 박혀 있어, 눈이 어디에 머물지 정하지 못하고 천천히 헤맨다. 여름밤의 온기가 나뭇잎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은 색이다.
이런 하늘을 보려면 몸의 자세부터 바뀌어야 한다. 고개가 뒤로 넘어가고, 목 앞쪽 살갗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하루 종일 화면 쪽으로 말려 있던 어깨가 저절로 뒤로 벌어진다. 숨은 그제야 배까지 내려간다.
눈의 초점도 달라진다. 손에 쥔 것을 볼 때의 초점은 한 뼘 앞에서 단단히 조여져 있는데, 별을 볼 때는 그 조임이 풀려 아주 먼 데로 흩어진다. 발바닥이 땅에 닿아 있다는 감각이 그때 선명해진다.
고요해진다기보다, 서두르던 것이 잠깐 멈춘다. 오늘 하루를 다 정리하지 못했어도 밤은 벌써 여기까지 와 있고, 그 사실 하나로 마음이 조금 늦춰진다.
창가로 가서 고개를 젖히고 삼 분만 하늘을 두어도 좋겠다. 별이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도시의 하늘은 대개 흐리고, 오늘처럼 습한 밤이면 더 그렇다. 올려다보는 자세 자체가 이 시간의 전부니까.
같은 것을 잠들기 전 불 끈 방에서 천장을 향해 해볼 수도 있다. 그때 턱에 들어간 힘을 한번 살펴보면 된다. 이를 물고 있었는지, 언제부터였는지.
가지 끝이 가리키는 곳에 별 하나가 걸려 있고, 그 별은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밤새 같은 길을 지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