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잎을 다 떨군 나무들이 길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잔디에 내린 눈은 얇아서 초록이 군데군데 비치고, 오른쪽 흙길에는 누군가 지나간 자국이 어지럽게 남았다. 하늘은 색을 거의 잃은 흰빛이고, 저 끝에서 두 사람이 점처럼 멀어진다.
이런 길에 서면 숨이 코끝에서 한 번 차가워졌다가 안으로 들어온다. 어깨는 저절로 올라가고 손은 주머니 안에서 오므라든다. 발바닥은 눈이 얼마나 얇은지를 신발 밑창으로 먼저 알아챈다.
몸이 그렇게 움츠러들 때 마음도 조금씩 서두른다. 빨리 지나가야 할 구간처럼 겨울을 대하게 된다.
그럴 때 삼십 걸음쯤만 소리를 들으며 걸어 보는 것도 괜찮다. 얇은 눈이 눌리는 소리, 그 아래 흙이나 마른 잎이 함께 내는 소리. 귀가 발밑에 가 있는 동안에는 걸음이 저절로 느려진다.
흰 하늘 아래 길은 아직 한참 남아 있고, 그 위로 새 자국이 하나씩 얹힌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