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새벽 수영장의 레인 로프

배진경·입력 2026. 06. 03. 오전 7:32:00
물이 아직 아무도 건너지 않은 시간에 대하여
물이 조용할 때 숨도 조용해진다
물이 조용할 때 숨도 조용해진다 / 사진 Miguel Guerra · Pexels

파랑과 빨강이 번갈아 꿰인 레인 로프가 수면을 비스듬히 가른다. 물은 아직 누구도 건너지 않은 듯 잔물결만 얕게 흔들리고, 천장 조명이 길게 늘어져 흰 기둥처럼 잠겨 있다. 타일 바닥의 격자가 물결을 따라 조금씩 휘어진다. 실내의 공기가 서늘하다는 것이 사진 밖까지 전해진다.

이런 물가에 서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발바닥이 젖은 타일의 차가움을 재고, 어깨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눈은 멀리 있는 벽 대신 가까운 수면의 흔들림에 머문다. 들이쉰 숨이 평소보다 반 박자 길어진다.

물에 들어가기 직전의 마음에는 망설임이 있다. 차가울 것을 알면서도 몸을 담가야 하는 순간의 그 짧은 주춤함. 하루를 시작하는 감각과 닮아 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어깨를 한 번 물속에 잠기듯 낮춰 보는 것도 괜찮다. 코로 숨을 들이고, 물속에서 천천히 내보내듯 입술을 좁혀 길게 내쉬어 본다. 세 번이면 충분하고, 세지 않아도 된다.

물은 건너는 사람을 기다리며 저 혼자 흔들리고 있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