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백색 대바늘 두 개가 뜨개 고리 사이에서 엇갈린 채 솟았다. 두 손이 화면 가운데를 가득 채우고, 손등의 힘줄과 잔주름까지 낮빛이 고르게 훑는다. 실은 옅은 회색에 베이지가 섞인 색으로, 코 하나하나가 촘촘히 말려 짧은 원통을 이뤘다.
빛은 왼쪽 위에서 비껴 들어와 손톱 끝을 희게 만들고 손목 안쪽은 그늘로 물러난다. 뒤편 가로 줄무늬 셔츠는 파랑과 연두로 풀어져 흐릿하고, 나무 탁자 위로 실 한 가닥이 늘어져 화면 아래쪽으로 흘러내린다.
오래 들여다보면 어깨가 한 뼘쯤 내려온다. 화면 속 두 손의 리듬을 눈이 저절로 따라가는 탓이다.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굽었다 펴지고, 엄지 안쪽으로 실이 걸리던 감촉이 되살아난다.
눈은 바늘 끝 한 점에 모이고, 숨은 코 한 개를 뜰 만큼씩 짧게 나뉜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데 몇 초가 걸린다.
생각이 손을 앞질러 달리던 습관이 잠깐 멎는다.
지금 손에 잡히는 것 하나면 삼 분은 넉넉하다. 연필을 깎아도 좋고, 마른 수건을 각 맞춰 개거나 마늘 한 통의 껍질을 벗기는 일도 마찬가지다. 손이 다음 동작을 알고 있어서 머리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되는 종류면 된다.
잘해내려 들면 머리가 도로 끼어드니 대충 해도 그만인 일로 고르는 쪽이 수월하다. 삼 분이 지나 그만두어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끝나고 나면 접힌 수건 한 장과 뾰족해진 연필심 하나가 손에 들려 있다.
잠들기 전 벗은 옷을 갤 때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소매 솔기를 손끝으로 훑으면 옷감이 서걱거리고, 접었다 펴는 사이 턱에 들어간 힘을 한 번 살펴보게 된다. 어금니가 붙었는지 조금 벌어졌는지만 확인하고 지나간다. 무엇이 좋아진다는 약속은 여기에 없다.
탁자 아래로 늘어진 실은 여전히 길고, 뜨는 사람은 서두를 마음이 없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