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안동에서 열리는 축전, 지워진 두 이름

김범수·입력 2026. 10. 07. 오후 6:00:00
등재를 기념하는 17일과 목록에서 삭제된 도시들
2026 세계유산 축전은 안동의 세계유산 네 곳을 무대로 삼는다
2026 세계유산 축전은 안동의 세계유산 네 곳을 무대로 삼는다 / 사진 Bernard Gagnon · CC0

2026 세계유산 축전이 오는 9일 안동에서 막을 올린다. 무대는 안동의 세계유산 네 곳이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그 안에 들어간다. 올해 주제는 '사유의 세계유산, 통섭의 미래가치'로 정해졌다.

축전은 한국의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고 그 가치를 국민과 나누려는 행사다. 경북도는 2020년부터 국가유산청 공모를 거쳐 매년 이 행사를 열어 왔다. 지난해 무대는 경주였다. 올해는 안동으로 넘어왔다.

하회마을의 흙담은 손으로 짚으면 부스러진다. 짚을 섞어 다진 흙이 백 년 넘게 비바람을 받아낸 결과다. 병산서원 만대루에 올라앉으면 마루의 결이 발바닥에 걸린다. 강 쪽으로 열린 일곱 칸 사이로 모래밭과 물빛이 들어오고, 여름이면 그 바람에 종이 냄새 같은 것이 섞인다.

그래서 축전이라는 형식은 조심스럽다. 사람을 부르는 일과 그 사람들의 발길을 견디는 일이 한 행사 안에 들어 있다. 17일간이라는 기간은 짧지 않다.

같은 해 지면에는 목록에서 사라진 이름도 함께 올랐다.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2004년 세계유산에 올랐고 2009년 삭제됐다. 교량이 문화경관의 완전성을 깨뜨린다는 논란이 끝까지 풀리지 않았다. 영국 리버풀 해양무역도시도 대규모 개발의 영향이 쌓여 거론된 사례로 남아 있다.

등재와 삭제는 같은 기준의 양면에서 갈린다
등재와 삭제는 같은 기준의 양면에서 갈린다 / ⓒ 브레스저널

드레스덴의 경우 다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근거가 있었다. 교통은 실제 생활의 문제였다. 그 지역 주민들은 투표로 건설을 택했다. 세계유산의 기준은 그 선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등재를 기념하는 축제와 등재를 잃는 일은 '완전성'이라는 같은 조건을 두고 벌어진다. 사람을 부르면 유산은 알려지고, 알려지면 주변이 바뀐다. 바뀐 주변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가 드레스덴에서 갈렸다.

비슷한 고민은 가까운 곳에도 있다. 김해시는 수로왕릉 야간 경관 조명 행사를 추진하면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성동고분군까지 밤의 관람 동선을 늘린다. 시민참여 퍼레이드와 문화마켓도 함께 붙는다. 고분 위로 조명이 올라가는 일은 보존 쪽에서 보면 간단하지 않다.

축전은 9일 시작해 17일간 이어진다. 무대가 되는 네 곳은 모두 상시 개방된 유산이다. 행사 기간의 관람 동선과 보존 조치는 경북도와 국가유산청이 관리한다.

김범수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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