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석굴암, 파리에서 다시 말을 걸다

김범수·입력 2026. 10. 04. 오후 6:00:00
한·불 수교 140주년 특별전 현지 개막, 신라의 돌이 유럽 관객을 만난다
파리에서 개막한 석굴암 특별전, 신라의 돌이 유럽 관객을 만난다
파리에서 개막한 석굴암 특별전, 신라의 돌이 유럽 관객을 만난다 / ⓒ 브레스저널

경주 석굴암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했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문화유산 교류 사업이다. 전시는 경주시와 국가유산청이 함께 열었다. 두 기관의 역할 구분은 공개된 설명만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은 국립경주박물관과 함께 신라를 주제로 한 특별전 '신라, 황금과 신성'을 열었다. 5월에 시작해 8월에 닫은 전시였다. 유럽에서 신라를 단독 주제로 세운 첫 특별전으로 소개됐다.

앞선 전시는 황금 유물을, 이번 전시는 석굴암을 다룬다.

석굴암을 이루는 돌은 화강암이다. 거친 결이 손끝에 걸리고, 결 사이로 빛이 번지면 부처의 옆얼굴 윤곽선이 달라진다. 경주 토함산 안쪽의 축축한 공기와 돌벽에서 올라오는 비릿한 냉기는 파리까지 옮겨갈 수 없다. 파리에 가 닿은 것은 형태와 비례, 그리고 신라 석공이 정으로 돌을 쪼아낸 끌 흔적이다.

이번 파리 전시에는 경주 사천왕사지 목탑 기단부를 장식했던 〈녹유신장벽전〉 복원품도 놓였다. 녹유는 초록빛 유약이다. 불에 구운 벽돌 표면에 그 유약이 얇게 덮인다. 복원품은 원본에 대한 추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석굴암 본존불은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이지 않는 유산을 세계에 보여주려면 복원품과 재현이 대신 나서야 하고, 그 순간 관객이 만나는 것은 신라의 돌에 대한 오늘의 해석이 된다. 그것을 속임수라 부를 필요는 없다.

전시실에서 받은 감동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관객이 알 권리가 있다. 석굴암은 한국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처음 이름을 올린 유산 가운데 하나다.

파리에서는 석굴암 특별전과 함께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이 막을 올렸다. '코리아 온 스테이지' 공연 행사도 같은 도시에서 시작됐다. 세 행사의 관계는 공표된 설명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경주시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신라 문화유산을 활용한 국제 문화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낙영 경주시장도 석굴암에 관해 발언했다. 확대의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예산, 기간은 경주시가 앞으로 내놓을 계획에서 드러난다.

천년 전 토함산을 울린 정과 망치 소리는 파리 전시실의 조명 아래로 이어졌지만, 그 소리를 낸 이들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권하고 싶은 여행은 역순이다. 파리에서 복원품을 본 사람이 경주행 기차를 타고, 경주를 겪은 사람이 파리 전시실로 되돌아가는 순서다. 토함산 등산로를 걸어 올라 석굴암에 들어서면 전실의 팔부신중을 지나 본존불까지 발로 다가가게 된다.

돌의 온도를 손바닥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그곳 하나다. 파리의 복원품은 그 온도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다.

김범수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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