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전국의 학생들은 한 달 동안 온라인으로 열린 같은 설문에 답했다. 학교에서 무엇을 겪었고 무엇을 봤는지 묻는 문항들이었다. 응답을 모은 결과가 9월 10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을 통해 공개됐다.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학생 비율은 2.9%, 100명 가운데 세 명꼴로 역대 가장 높은 값으로 기록됐다.
조사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이 공동으로 위탁했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관을 맡았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수 방식이어서, 교사나 학부모의 관찰이 끼어들 여지 없이 학생 본인이 화면에서 직접 표시한 답만 쌓였다.
2.9%는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값이다.
100명 중 세 명이라는 비율을 교실 단위로 옮기면 한 학급에 한 명 안팎이 된다. 학년마다 그런 아이가 몇 명씩 있었고, 같은 복도를 쓰는 다른 아이들은 그 일을 곁에서 봤다. 겪은 아이와 본 아이 가운데 몇 명이 어른에게 그 사실을 옮겼는지는 이번 조사에 나오지 않는다.
피해율이 오르면 정책이 붙잡는 손잡이는 대체로 예방교육이다. 한 학기에 몇 시간을 했고 이수율이 몇 퍼센트였는지가 학교의 성적표가 된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교육부가 꺼낸 말은 그 칸을 채우는 쪽과 결이 달랐다.
심민철 학생건강안전정책국장은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효성을 굳이 말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표가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았다는 인정에 가깝다.

김성회 학교폭력대책과장의 발언은 통계와 교실 사이의 틈을 가리켰다. 수치로는 뚜렷이 잡히지 않지만 지역 현장 간담회에서 확인되는 사안이 있다는 취지였다. 설문지가 놓치는 영역이 있다는 이야기를 정부 쪽에서 스스로 꺼낸 셈이었다.
피해를 당하거나 목격하고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는 답이 이번 조사에 함께 담겼다. 2.9%란 적어도 익명의 설문 화면에서는 표시할 수 있었던 아이들의 비율이고, 그 화면 바깥에 남은 아이의 수는 어느 칸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인천시교육청은 관내 565개 학교를 이번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결과가 나오자 학교지원망과 전담센터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학교 안에서만 돌리던 사안을 바깥 인력이 함께 받겠다는 뜻이다. 담임 한 사람이 가해와 피해 사이에 끼어 감당하던 국면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예방교육 이수율은 학교가 무엇을 했는지 보여준다. 아이가 겪은 일을 누구에게 말했고, 말한 뒤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그 표에 적히지 않는다. 교육부가 말한 실효성을 확인하려면 교육 시간의 합계 옆에 말이 오간 경로의 기록이 같은 비중으로 쌓여야 한다. 두 장부가 따로 굴러가는 한, 응답률이 오르내려도 학교가 손댈 곳은 흐릿하게 남는다.
심민철 국장이 말한 실효성과 김성회 과장이 말한 간담회는 아이가 입을 열었을 때 그 말이 어디까지 가닿느냐로 모인다. 인천이 여는 전담센터가 그 통로 가운데 어느 쪽을 실제로 넓히는지는 이번 2학기 학교들에서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