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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닫는 기준을 지우고, 살릴 학교를 고르다

배진경·입력 2026. 06. 10. 오전 7:40:00
교육부, 교육혁신선도지역 40곳 지정 계획 발표
인구감소지역 학교의 하루는 아이 수가 줄어도 그대로 이어진다
인구감소지역 학교의 하루는 아이 수가 줄어도 그대로 이어진다 / ⓒ 브레스저널

교육부가 10일 대구 군위군 군위중학교에서 지역 교육혁신 현장 간담회를 열고 '교육혁신선도지역 기본계획(시안)'과 '소규모학교 혁신을 통한 지역 교육력 제고 방안'을 내놨다. 핵심은 2015년에 만든 '적정규모 학교 육성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을 없애고, 학교를 합칠지 말지의 기준과 절차를 지역이 스스로 세우도록 한 것이다. 중앙이 몇 명 이하면 통폐합하라고 정해주던 방식을 접겠다는 뜻이다.

교육혁신선도지역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지역을 가리킨다. 교육부는 약 40곳을 지정할 계획이며, 인구감소지역·인구감소관심지역 약 30곳과 그 밖의 비수도권 약 10곳으로 나뉜다. 선도지역에서는 학교 통합을 통한 거점학교 육성, 여러 학교가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 학교와 지역사회가 손잡는 특화 프로그램이 추진된다.

배경에는 교실에서 매일 확인되는 변화가 있다. 2026년 초등학교 1학년은 30만 명에 미치지 못하고, 전체 초·중·고 학생은 500만 명 아래로 내려왔다. 교육부는 2031년이면 전체 학생이 30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학교 쪽 지표도 같은 곡선을 그린다. 전체 학교 중 소규모학교 비율은 2016년 23.0%에서 2025년 31.3%로 올랐고, 2025년 기준 전국 소규모학교는 3,720곳이다. 인구감소지역만 떼어놓으면 그 비율이 60.1%로, 학교 열 곳 중 여섯 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육부 분류상 면·도서벽지는 60명 이하, 읍 지역은 초등 120명 이하, 중등 180명 이하가 소규모학교다.

더 무거운 쪽은 신입생 명단이다.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는 2021년 58곳에서 2022년 78곳, 2023년 102곳, 2024년 132곳, 2025년 148곳으로 해마다 늘었다. 5년 만에 두 배를 훌쩍 넘긴 수치다.

흩어진 학교를 하나로 모으고 기숙사·복합시설을 함께 짓는 방식
흩어진 학교를 하나로 모으고 기숙사·복합시설을 함께 짓는 방식 / ⓒ 브레스저널

지원 방식은 통합을 선택한 지역에 혜택이 집중된다. 학교를 합칠 때 기숙사 설치 50억 원, 학교 복합시설 구축 40억 원, 폐교 활용 20억 원이 패키지로 붙고, 3개교를 1개교로 통합하면 약 400억 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기숙사 등 인프라가 함께 제공된다. 선도지역 한 곳에 들어가는 금액은 최대 5년간 100억 원과 20억 원으로 자료에 따라 다르게 적혀 있어, 국비 기준인지 패키지를 포함한 총액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지정 시점 역시 올해 지정과 2027년 본격 시행이 함께 언급된다.

이 정책이 군위에서 발표된 이유도 분명하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2023년 군위군이 대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학생 100여 명이 줄었다고 말했다. 군위에서는 초·중·고 교육력 강화와 국제·미래학교 프로그램, IB 교육이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곳을 선도지역 모델로 삼아 전국 인구감소지역으로 사업을 넓힐 방침이다.

돈과 건물만으로 학교가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점도 계획에 반영됐다. 교육지원청 교육장의 권한을 키우고, 농어촌에 새로 오는 교사에게 관사를 내주며, 교사들의 학습공동체를 지역이 알아서 꾸리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르치는 사람이 머물 조건을 만들지 못하면 통합한 거점학교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제도의 성패는 결국 통합의 기준을 지역이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 중앙의 권고기준이 사라진 뒤 학부모와 주민의 목소리가 그 기준을 채울지, 예산 규모가 그 역할을 대신할지는 지역마다 갈릴 수 있다. 통학 거리가 늘어나는 아이와 기숙사에 들어갈 아이의 사정도 그 기준 안에서 다뤄져야 한다.

군위중학교 간담회장에 앉은 어른들이 논의한 것은 학교 몇 곳을 남기느냐의 문제였지만, 그 결정이 닿는 곳은 아침마다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아이들의 등굣길이다. 신입생 0명 학교가 148곳이 된 나라에서, 국가가 처음으로 '어디를 키울까'를 문서에 적었다. 40곳의 명단이 나오는 순간부터 이 전환은 지도 위에 그려진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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