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감사위원 한 석을 놓고 의결권 자문 기관들의 권고가 갈렸다. 박유경 후보에 찬성을 권고한 곳은 한국ESG기준원 한 곳으로 집계됐고, 백 모 후보에는 국내 4곳을 포함해 모두 8곳이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은 박 후보에 찬성, 백 후보에 반대 의견을 냈다. 표결은 9월 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
권고 내용은 기관마다 달랐고,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해외 연기금의 선택은 MBK 측 안건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 캘퍼스와 노르웨이 NBIM이 MBK 측이 올린 안건을 지지하는 쪽에 섰다. NBIM은 사전 의결권 공시를 통해 9월 9일 주주제안 안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총 전에 내놨다.
국민연금은 이번 안건에서 중립을 택했다. 박유경 후보는 MBK·영풍 측이 제안한 인물이다.
국내 기관 사이에서도 결론이 엇갈렸다. 백 후보에 찬성을 권고한 국내 4곳에는 한국ESG연구소와 한국ESG평가원이 들어 있고, 한국ESG평가원은 9월 1일 임시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를 냈다. 8곳이라는 집계에 연기금과 기관투자자가 포함됐는지에 따라 모수가 달라지는 탓에, 1곳과 8곳을 그대로 견주기는 어렵다.

표의 크기를 정하는 쟁점은 상법의 3%룰 해석에 걸려 있다. MBK와 영풍은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로 공시돼 있으나, 상법상 특수관계인에는 해당하지 않아 두 곳의 지분을 합쳐 3%로 묶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분을 합산하느냐 따로 세느냐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에서 실제로 행사되는 표의 규모가 달라진다.
대량보유상황보고서도 쟁점에 올랐다. 주총 직전 이 보고서에 적힌 내용이 다르게 기재됐다는 이유로 의결권을 제한해 달라는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 법원은 보고서에 기재된 차입처와 의결권 제한 사이의 관계를 두고 결론을 냈다. 보유 지분의 취득 자금을 어디서 빌렸는지를 적는 항목이 표결권의 인정 범위를 건드린 셈이 됐다.
지분을 사 모으는 경쟁이 제도 해석의 문제로 옮겨 왔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낮추는 예외 규정이 붙어 있어, 지분율이 높은 쪽이 그만큼의 표를 그대로 행사하지 못한다. 공동보유자 공시는 자본시장법, 특수관계인 범위는 상법이 각각 다루기 때문에 같은 지분을 두고도 셈법이 두 갈래로 벌어진다. 자문 기관들의 권고가 갈린 배경에도 이 해석 차이가 놓여 있다.
감사위원 한 석의 향배는 각 측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몇 %가 의결권으로 인정되느냐에 달렸다. 권고가 둘로 나뉜 채 열리는 9월 9일 주총에서, 의장이 읽어 내릴 표의 합계는 3%룰을 어떻게 적용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