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으로 산정특례에 등록된 사람이 병원 창구에서 내는 돈이 오는 12월부터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9월 8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건강보험 보장 1단계 혁신방안'과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10%인 본인부담률을 7%로 내리고, 2028년 상반기에 5%까지 한 번 더 낮춘다는 내용이다. 회의는 이형훈 제2차관이 주재했다.
보장 확대의 총괄 대상은 중증·희귀난치 환자 등 197만 명으로 제시됐다. 이 가운데 본인부담률 10%→7% 인하가 직접 닿는 대상은 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 환자 136만 명이다. 두 수치의 포함 관계는 회의 결과에 따로 설명되지 않았다.
3%포인트는 매달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에게는 한 해 동안 쌓이는 액수다.
이번 의결에는 당뇨 환자를 향한 항목도 담겼다. 췌장장애로 등록된 환자가 쓰는 인슐린자동주입기와 연속혈당측정기의 본인부담률이 12월부터 10%로 내려간다. 19~34세 청년층의 인슐린자동주입기 기준금액은 450만 원으로 오른다.
당뇨병 유형을 따지지 않고 중증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자동주입기 등을 지원한다는 원칙도 함께 정리됐다. 지원 규모는 연 8천억 원 수준으로 제시됐다.
2027년도 보험료율은 7.19%로, 올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됐고, 시행규칙과 요양급여 기준 규칙 개정령도 함께 공포 절차를 밟는다. 여기에는 반대쪽으로 조이는 장치도 들어 있다. 2027년 1월 1일부터 한 해 외래진료 300회를 넘기면 초과분에 본인부담률 90%가 붙는다.
아동과 임산부, 중증질환자, 희귀질환자 등은 이 적용에서 빠진다. 12월 24일부터는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의료이용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춰진다.

복지부는 같은 날 오후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제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2027~2029)」에 넣을 제도개선 과제와 수립 추진계획을 검토했다. 현수엽 제1차관이 주재한 이 회의에서 다뤄진 과제에는 중증장애인 가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간병비 지원이 포함됐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오랫동안 의료급여의 문턱으로 불려온 조항이다. 자녀나 부모의 소득이 잡히면 정작 아픈 본인이 수급에서 밀려난다. 중증장애인 가구에 한해서라도 이 기준을 걷어내겠다는 검토가 기본계획 테이블에 올라온 것 자체가 변화다.
간병비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비를 다 지원받아도 곁을 지킬 사람을 살 돈이 없어 입원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 왔다.
의료급여 기본계획은 3년마다 세우는 종합계획이다. 제4차 계획이 시작되는 2027년은 의료급여 제도가 시행 5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제도가 어디를 다시 손볼지가 이번 계획에 담긴다.
산정특례 본인부담률 인하와 의료급여 개편이 하루 사이에 함께 나왔지만, 두 제도는 서로 다른 재원과 서로 다른 대상 위에서 움직인다. 보장률은 진료실에 들어선 뒤의 부담을 재는 지표다.
당장 확인할 것은 등록 여부다. 희귀질환이나 중증난치질환을 앓고 있는데 산정특례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12월 인하는 적용되지 않는다. 등록은 진료를 받는 의료기관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12월이 오기 전에 주치의에게 물어볼 만한 일이다.
중증장애인 가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지, 간병비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는 제4차 기본계획이 모습을 갖추는 과정에서 가려진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끄는 부처가 2027년부터 3년을 어떻게 설계했는지는 그 계획서에 적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