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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던 가족이 무너질 때, 정부가 문을 두드린다

배진경·입력 2026. 08. 13. 오전 8:48:00
국무회의에 오른 돌봄·고립 자살예방 대책과 지역의 응답
돌봄이 길어질수록 돌보는 사람의 하루도 함께 줄어든다
돌봄이 길어질수록 돌보는 사람의 하루도 함께 줄어든다 / ⓒ 브레스저널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아픈 가족을 돌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60건이었다. 그중 15건, 넷 중 하나는 중증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는 부모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1일 제35차 국무회의에 올린 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중증질환이나 중증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던 중 가족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돌봄 부담이 가족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겠다고 말했다.

같은 회의에서 복지부는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돌봄·간병 부담 자살예방 대책'과 '고립, 위기가구 자살예방 대책'을 내놨다. 올해 5월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9대 분야별 자살예방 대책의 한 갈래다.

발굴 방식부터 달라진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중증 치매 노인이나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 가운데 자살 위험이 큰 위기가구를 직접 찾아 나선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가족이 고령이거나, 당사자가 일정 기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가구가 대상이 된다. 장애를 등록할 때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가족의 우울 여부를 함께 살피는 방식도 병행한다.

발굴된 가구에는 2027년부터 긴급돌봄이 지원된다. 최대 72시간. 하루 3시간씩 24일로 나눠 쓸 수도, 하루 8시간씩 9일로 몰아 쓸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돌보는 사람이 고른다. 자살 고위험군이 있는 가구에는 가사지원 같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와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상담이 우선 연결된다.

이 72시간이 한 해 기준인지, 한 번에 쓸 수 있는 양인지는 대책 발표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과 24시간 긴급 지원을 늘리고 농어촌처럼 돌봄 기반이 약한 지역을 보강하겠다는 설명도 세부 방안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통계 자체가 2018년에서 멈춰 있다. 복지부는 그 이후 중증장애인 가족의 자살 실태나 수치를 갖고 있지 않다. 8년치 공백 위에서 대책이 세워진 셈이라, 발굴 대상 가구가 몇이나 되는지도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

고립 쪽 대책은 여러 위기 정보를 연계해 대상자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2027년부터 사회적 관계가 끊긴 가구를 대상으로 자해·자살시도 응급실 방문 기록을 활용해 약 2만 명으로 추정되는 자살위험군을 찾아낸다. 고독사 위기대응 시스템에서는 위기 정보에 가중치를 얹어 위험이 높은 사람을 우선 선별한다.

과다 채무나 불법사금융 피해 같은 금융위기 정보는 지방정부로 넘겨 미리 대응하도록 한다. 저소득층 고위험군에게는 읍면동에서 현장 확인 절차 없이 긴급복지 생계비를 바로 지급한다.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청년미래센터는 오는 9월부터 4개 시도에서 17개 시도로 늘어난다. 고독사 비중이 높은 50~60대 남성을 겨냥해서는 관계를 다시 잇고 건강을 챙기는 맞춤형 서비스, 사회복지시설로 출퇴근하듯 다니는 중장년 특화 프로그램이 개발된다. 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과 고독사 위기대응 시스템의 위기 정보를 AI로 한데 모으는 '위기가구 통합 발굴 플랫폼'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비슷한 대책이 이어졌다.

파주시보건소와 파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12일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 지원사업'을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살로 가족을 잃은 2촌 이내 유족 중 서비스 이용에 동의한 사람이면 받을 수 있다. 전문 애도 상담과 자조모임 '한울타리', 심리부검 면담 같은 심리·정서 지원에 더해 특수청소비, 일시주거비, 사후행정처리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절차의 법률·행정 상담 비용, 자녀 학자금,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까지 묶었다.

기초생활보장이나 한부모가족 지원 같은 복지서비스 연계도 함께 이뤄진다. 파주시의 자살률은 21.4명으로 경기도 20.7명, 고양시 19.6명, 김포시 15.5명을 웃돈다.

울산 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와 울산제2시립노인복지관은 정신건강 증진 업무협약을 맺었고, 포항시는 소상공인 마음건강과 자살예방을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나주시보건소는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복지부는 지난 7월 14일 장애인 부모들의 고립을 풀기 위해 관련 단체들과 '손잡아드림' 협력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위험 가구를 직접 찾고, 지원이 비어 있던 틈을 메우고, 가족에게 쉴 시간을 주겠다는 정책도 함께 예고됐다.

하반기 발굴이 시작되면 그동안 명단 어디에도 없던 가족들이 처음으로 행정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들이 실제로 무엇과 연결되는지, 72시간이 정말 손에 닿는지는 2027년 첫해에 드러날 것이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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