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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돌봄 사업은 늘었는데, 왜 혼자 견딜까

배진경·입력 2026. 07. 27. 오전 10:07:00
18개국 중 17위, 서비스 이용법 아는 사람은 넷 중 하나
마음돌봄 사업은 늘었지만 당사자에게 닿는 길은 여전히 좁다
마음돌봄 사업은 늘었지만 당사자에게 닿는 길은 여전히 좁다 / ⓒ 브레스저널

지난 24일 곡성경찰서에 상담실이 차려졌다. 곡성군정신건강복지센터가 경찰공무원을 위해 하루짜리 '찾아가는 이동상담실'을 연 날이다. 우울과 자살 위험을 가리는 선별검사를 하고, 옴니핏 기기로 두뇌 건강 상태와 스트레스 수준, 집중력, 자율신경 균형을 재서 개인별 결과지를 건넸다. 같은 날 화성특례시에서는 시민대학 강의실에서 '지역사회 정신건강 정책연구' 용역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같은 날 여러 지자체에서 정신건강 사업이 진행됐다.

7월 하순에만 여섯 곳이 넘는 지자체가 정신건강 사업을 각자 굴리고 있었다. 음성군은 아동·청소년 가족문화체험을 열었고, 김포시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생명존중 업무협약을 맺었다. 고성군에는 중장년을 겨냥한 '4060 마음동행 프로그램'이 있다. 서로 이름도 대상도 다르고, 예산과 참여 인원을 같은 기준에 올려 비교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런데 국민이 느끼는 마음의 상태는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15~69세 3000명에게 물은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서, 최근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는 응답은 73.6%였다. 2022년에는 63.9%였다.

2년 만에 9.7%포인트가 올라갔다.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응답이 46.3%, 며칠씩 이어지는 우울감이 40.2%, 중독 관련 경험이 18.4%였고 이 항목들은 모두 2년 전보다 10%포인트 넘게 늘었다.

같은 조사에서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90.5%다. 편견은 그만큼 옅어졌다. 반면 '정신건강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안다'는 응답은 24.9%에 그쳤다.

2022년 27.9%에서 3.0%포인트 내려앉았다. 사업이 늘어난 기간에 이용법을 아는 사람의 비율은 줄었다.

도움을 청할 때 사람들이 찾는 곳도 제도 바깥이다. 가족·친지가 49.4%, 친구·이웃이 41.0%였다. 그 자원이 없는 사람은 어디로 가는지, 조사는 답하지 않는다.

편견은 옅어졌지만 이용법을 아는 비율은 되레 내려갔다
편견은 옅어졌지만 이용법을 아는 비율은 되레 내려갔다 / ⓒ 브레스저널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은 하위권이다. 보험사 AXA와 조사기관 입소스가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의 주요 18개국 성인 약 1만9000명에게 물은 '마인드 헬스 리포트'에서 한국의 정신건강 상태 점수는 58.5점, 18개국 중 17위였다. 일본이 58.1점으로 맨 끝, 영국은 59.5점으로 16위였다.

가장 높은 곳은 태국 66.5점, 다음이 스위스 65.4점. 이 조사의 점수 산출 기준과 실시 시점은 공개된 보도 범위 안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고 답한 사람 가운데 60%가 최근 1년간 전문가 상담을 받은 적이 없었다. 25%는 상담받는 모습이 알려지면 주변에서 어떻게 볼지를 걱정했다. 응답자의 절반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 자기 행복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아프다고 인정하는 것과 실제로 상담을 받는 것 사이에 거리가 있었다.

화성특례시는 그 거리를 행정 쪽에서 줄이는 연구를 발주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맡아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간 진행한다. 특례시 출범과 4개 일반구 체제 개편에 맞춰 인구 107만 규모에 맞는 정신건강 정책과 운영체계를 분석하고, 조직 진단과 개편 방안까지 내놓는 게 목표다. 개별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드는 대신 받는 사람 쪽에서 체계를 다시 짜보겠다는 접근이다.

논산시는 효과를 재는 쪽을 택했다. 5월부터 관내 9개 초·중·고교에서 '청소년심리지원 프로그램'을 돌리는데, 11월 말까지 총 140회기, 대상 학생은 49명이다. 놀이치료와 원예치료, 아로마테라피 같은 체험을 하면서 참여 전후로 우울척도 PHQ-9과 강점·난점 설문지 SDQ-Kr을 각각 재고 있다.

내동초등학교 1학년 7명에게는 정서·행동 특성검사 심층평가를 1차 설문, 2차 심층상담, 3차 결과상담까지 세 번 얼굴을 맞대고 진행한다. 고위험군이 확인되면 정신건강의료기관과 아동·청소년 재가 정신질환자 치료 지원사업으로 넘긴다.

49명은 적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은 참여한 아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수치로 남기고, 위험이 보이면 다음 단계로 넘길 곳을 지정해뒀다. 재는 도구와 다음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어야 마음을 돌보는 일이 개인의 의지로만 남지 않는다.

화성특례시의 연구 결과는 11월에 나온다. 논산시의 사전·사후 평가도 11월 말 프로그램이 끝나야 정리된다. 올가을이 지나면 적어도 두 곳에서는 '했다'를 넘어 '어떻게 달라졌다'를 말할 재료가 생긴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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