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원 수속을 마친 노인이 돌아갈 곳을 정하지 못할 때, 청양에는 열 개의 방이 있다. 청양교월 고령자복지주택 3~4층에 있는 '중간집'이다. 남성용 다섯 호, 여성용 다섯 호. 거실과 주방과 화장실을 함께 쓰는 셰어하우스 형태로, 기본 석 달을 지낼 수 있고 연장하면 최장 여섯 달까지 머문다.
기자단이 이곳을 찾은 것은 지난 22일이었다. 청양군이 통합돌봄을 본격적으로 굴리기 시작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의료·요양 통합돌봄 본사업은 올해 3월 전국에서 문을 열었지만, 청양은 그보다 일곱 해 앞선 2019년에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지자체로 손을 들었다.
올해 5월 기준 인구 3만81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1만2902명으로 42.8%다.
LH가 공급한 임대아파트 127세대 규모의 이 건물은 층마다 다른 일을 한다. 1층에는 사회복지관과 군청 돌봄정책팀이 들어와 있고, 2층에는 재택의료센터와 주간요양센터가 있다. 3~4층이 중간집, 5층부터 10층까지가 일반 입주 거주 공간이다.
국토교통부와 LH의 고령자복지주택 사업에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붙인 전국 첫 융복합 사례로 꼽힌다. 개소는 2023년 9월이었고, 중간집을 거쳐 간 사람은 지금까지 17명으로 집계됐다.
건물 바깥으로도 나간다. 2020년부터 운영해온 '찾아가는 의료원'은 의료취약지 170개 마을을 돈다. 차가 없으면 읍내 병원까지 나오는 데 반나절이 걸리는 마을들이다. 건물 안 편의점과 청소, 안전관리, 급식 같은 운영 업무는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묶여 입주민과 인근 어르신이 맡는다.
이런 체계를 굴리려고 청양군은 보건의료원 조직을 뜯어고치고 군 조례를 새로 만들었다. 노쇠나 장애로 일상생활이 힘든 833명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추려 의료와 요양, 주거, 복지를 연결하는 방식도 함께 돌아간다. 현장에서는 인력이 모자라고 업무가 과중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같은 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유사한 안건이 다뤄졌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지난 24일 농어촌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발전방안 제2차 TF 회의를 열었다. 협동조합 함께하는연구의 조미형 박사가 통합돌봄 정책연구 1차 현지 실사 결과를 보고했고, 청양군의 '다-돌봄' 농촌협약 운영체계도 이날 회의에서 공유됐다. TF 위원 이정영은 진안군 백운통합돌봄사회적협동조합의 사례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2022년 2월 의결된 '농어촌형 돌봄센터 설립을 통한 농어촌 지역 노인돌봄서비스 전달체계 개선 방안' 안건을 놓고 현장 적용을 어떻게 할지 논의했다.
같은 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주로 향했다. 시청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평화동 자립지원주택을 찾아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과 통합돌봄 사업을 점검했다. 전주시는 2022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 지역으로 뽑혔고, 그 뒤로 장애인 35명이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 정착했다.
사업을 맡아온 전북특별자치도중증장애인자립생활연대는 2023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전주시는 2024년 시범사업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시는 노인 위주로 꾸려온 통합돌봄 체계를 장애인까지 넓히고 주거와 의료, 돌봄을 연결하는 지원체계를 두껍게 하겠다고 밝혔다.
청양의 고령자와 전주의 장애인은 처지가 다르다. 두 곳 모두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살던 지역에서 계속 지낼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청양 인구는 한때 2만9000명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3만 명을 넘어섰다. 중간집을 거쳐 간 열일곱 명이 그 뒤에 어떻게 지내는지, 833명의 명단이 앞으로 어떻게 관리되는지는 다음 국면의 몫이다. 농특위 TF는 실사 결과를 받아 든 참이고, 전주시의 장애인 확대 방안은 이제 설계에 들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