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통합돌봄 100일, 문턱은 어디에 남았나

배진경·입력 2026. 07. 14. 오후 1:01:00
제도는 전국으로 퍼졌고 신청서 앞의 거리는 그대로다
제도가 닿는 마지막 몇 미터가 돌봄의 성패를 가른다
제도가 닿는 마지막 몇 미터가 돌봄의 성패를 가른다 / ⓒ 브레스저널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올해 3월 전국에서 문을 연 뒤 100일을 채웠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1차관은 14일 이 체계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도록 제도와 재정 양쪽에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시행 초기인 만큼 현장에서 올라오는 의견을 반영해 계속 손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통합돌봄은 병원 문턱을 넘기 어려운 사람, 집에서 하루를 버티기 힘든 사람을 한 창구에서 받아 필요한 서비스로 연결하겠다는 설계다. 대상은 노쇠한 어르신에 그치지 않는다. 장애나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도 법이 정한 통합지원 대상에 들어간다.

세종시가 같은 날 내놓은 것은 그 설계를 실제 손발로 옮기는 절차였다. '세종 365 온기 통합돌봄'의 실행사업인 일상생활 지원사업을 돌리기 위해, 시는 서비스를 맡을 기관 다섯 곳과 협약을 맺었다. 세종종합사회복지관과 세종시니어클럽, 세종지역자활센터가 이름을 올렸고 가정재가복지센터와 하트풀방문요양센터가 함께한다. 이들이 방문목욕을 하고, 끼니를 챙기고, 건강 상태를 살핀다.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65세 이상 어르신, 그리고 65세 미만이면서 지체나 뇌병변 장애가 심한 경우다. 창구는 사는 곳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다. 접수가 끝나면 협약을 맺은 기관이 각자의 사정에 맞춘 서비스를 짜서 집으로 들어간다.

경기 안성에서는 준비 단계의 현장이 점검됐다. 복지부 차관이 안성맞춤 재택간호센터가 문을 열 채비를 둘러봤고, 안성시는 보건소를 축으로 통합돌봄 전담팀을 굴리고 있다. 담당자가 정해져야 사례가 흩어지지 않는다.

제도를 두고 예산이 너무 얇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통합돌봄에 붙은 돈이 그 자체로 서비스를 사는 예산이 아니라, 기존의 의료와 요양, 장애인활동지원, 노인맞춤돌봄 같은 사업들을 하나로 엮는 데 쓰는 운영비라고 설명했다. 실제 목욕과 식사와 간호는 원래 있던 복지사업의 손을 빌려 나간다. 그렇다면 성패는 얼마를 넣었느냐보다 얼마나 촘촘히 연결했느냐에 달린다.

행정복지센터 창구까지 걸어올 수 있는 사람은 신청서를 쓴다. 걸어오지 못하는 사람, 이런 제도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 서류를 받아들고도 자기 상태를 설명할 언어를 갖지 못한 사람은 명단 바깥에 남는다. 통합돌봄이 가장 필요한 이들이 대체로 이 쪽에 몰려 있다는 것이 돌봄 현장의 오래된 경험이다.

대상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남아 있다. 그동안의 정책 논의와 시범사업이 고령자 위주로 굴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세종 사례에서 보듯 65세 미만 장애인의 신청 요건은 지역마다 다르게 그어질 수 있다. 법은 장애와 질병을 함께 적었다. 그 문장이 각 시군구의 안내문에서 어떤 신청 자격으로 옮겨지는지는 시행 후 몇 달간 확인될 사안이다.

복지부는 현장 의견을 받아 제도를 다듬겠다고 했다. 무엇을 어떻게 고칠지는 앞으로 나올 보완 내용에서 드러날 텐데, 그 재료가 지자체 전담팀과 협약 기관이 100일 동안 쌓은 사례라는 점은 분명하다.

세종의 협약이 잉크를 말리는 동안, 안성의 재택간호센터는 첫 가정을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바뀌고 있는 것은 딱 하나다. 예전에는 여러 창구를 돌아야 했던 일이, 이제 동네 행정복지센터 한 곳에서 시작된다. 그 문까지 오지 못한 사람을 누가 찾아 나설 것인지는 이제부터의 이야기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