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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부터 65세까지, 법이 비워둔 칸

배진경·입력 2026. 06. 30. 오후 4:05:00
부모와 자녀를 함께 떠안은 5060, 중장년기본법 논의 시작
부모와 자녀를 함께 떠안은 세대가 제도의 빈칸 위에 서 있다
부모와 자녀를 함께 떠안은 세대가 제도의 빈칸 위에 서 있다 / ⓒ 브레스저널

부모의 병원비를 대면서 자녀의 등록금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정책 대상으로 부르는 법률은 지금 없다. 6월 29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정책간담회는 그 빈칸을 메우려는 중장년기본법 제정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마련한 간담회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경기도,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노사발전재단, 서울시50플러스센터협의회 관계자가 함께했다.

현행 법률을 나이순으로 늘어놓으면 빈칸이 눈에 들어온다. 아동복지법은 18세 미만, 청소년기본법은 9세 이상 24세 이하, 청년기본법은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다룬다. 그리고 노인복지법이 65세 이상을 받는다. 35세부터 64세까지의 삶을 정면으로 겨냥한 기본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용 영역에서는 이들에게 다른 이름이 붙어 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50세 이상 55세 미만을 준고령자로 규정한다. 마흔아홉에 주된 일터를 떠난 사람이 이듬해 서류상 '준고령자'가 되는 이야기다.

규모는 작지 않다. 2024년 기준 40~64세 인구는 2003만1000명, 전체 인구의 40.3%다. 열 명 중 네 명이 이 구간에 속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인구를 하나의 정책 단위로 묶어본 법은 나온 적이 없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서 평균 퇴직 연령은 49.4세로 집계됐다. 법으로 정한 정년은 60세지만 실제 이탈은 그보다 열 해쯤 앞선다. 퇴직 이후 국민연금이 들어오기까지 10년 넘는 소득 공백이 생긴다. 그 기간에도 부모의 요양비와 자녀의 학비 부담은 계속된다.

다시 일자리를 찾아도 조건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이직한 뒤 임금이 줄어든 비율은 50대 40.8%, 60대 44.6%로 전체 연령 평균 36.4%를 웃돈다. 소득이 끊긴 기간을 견디고 돌아온 일터의 임금이 이전보다 낮은 경우가 절반에 가깝다는 얘기다. 실업급여와 국민연금 같은 기존 수단은 소득을 일부 메워주지만, 직업을 바꾸는 훈련이나 끊어진 관계망을 되살리는 지원은 그만큼 촘촘하지 않다.

준비 중인 법안은 중장년의 범위를 40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잡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5년 주기로 중장년 정책 기본계획을 세우고, 3년마다 고용·주거·건강·금융상태·디지털 역량을 조사해야 한다. 집행을 맡을 기구로는 국무총리 소속 중장년정책조정위원회, 그리고 보건복지부 장관 산하 한국중장년미래설계원이 제시됐다. 생애전환설계 지원, 고용안정, 중장년 친화 근무환경, 권익 보호와 인식 개선, 디지털 역량, 건강증진과 심리 지원, 지역사회 참여가 담겼다.

3년마다의 실태조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을 겹쳐 짊어진 사람이 몇 명인지조차 지금은 국가가 답하지 못한다. 세어보지 않은 인구에는 예산이 배정되지 않고, 예산 없는 계획은 5년마다 문서로만 갱신된다. 법이 껍데기가 되느냐 마느냐는 조사 설계를 얼마나 촘촘하게 짜느냐에 달려 있다.

법안 발의 시점과 조문은 확정 전이다. 이 논의가 어디까지 갈지는 여기 참여한 부처들이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내놓느냐로 드러날 것이다. 확실한 변화는 하나 생겼다. 간담회장에 정부 부처와 지자체, 당사자 단체가 같은 시간에 앉아 중장년의 삶을 하나의 정책 대상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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